퇴직연금, 국민연금처럼 기금으로 관리한다

퇴직연금 자산을 국민연금과 같은 기금을 통해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비전문가인 기업과 근로자가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지시하는 제도때문에 발생하던 관리의 어려움이나 수익률 저하 등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법이 개정되면 근로자와 사용자는 사업장 상황에 맞춰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현행 퇴직연금제도인 계약형은 사용자(회사,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와 운용 및 자산관리 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행 퇴직연금은 자산운용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용자가 직접 퇴직연금사업자에 운용지시를 내리는 형태로,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제안하는 상품에 가입하게되고 수익률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리 1%대 초저금리 시대인데도 자산 안전성을 우선시해 실적배당 금융투자상품보다는 예적금과 같은 확정금리상품에 지나치게 치중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기금형 제도는 사용자가 독립기관인 수탁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한다. 수탁법인을 설립해 허가를 신청하고, 수탁법인의 이사회는 노·사가 선임한 자로 구성하게 된다. 수탁법인이 노·사의 대리인으로서 연금제도를 운영하게 돼 노·사 중심의 연금제도 운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수탁법인은 내부전문가 또는 외부자산운용 전문기관에 퇴직연금 운용을 위탁해 연금자산의 운용성과를 제고할 수 있다.


아울러 협회·계열사·지역 등 중소기업들은 공동으로 수탁법인을 설립하거나 운영할 수 있다. 이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로 퇴직연금제도의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회사가 퇴직연금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경우, 노사가 합의해 확정급여형(DB, 회사책임형)이나 확정기여형(DC, 근로자책임형)과 같은 계약형 또는 기금형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는 수탁법인 설립 등 기금형제도 설정 절차, 이사회 구성 및 역할, 연금자산 운용방법,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등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제반사항이 규정됐다. 수탁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외부 관리감독 방안도 담겼다.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초기 가입을 확산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활용하는 계약형 제도를 위주로 도입됐다. 지난해 말기준 퇴지연금 적립금은 126조원, 가입자는 590만명(전체 상용근로자의 53.6%)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투자비중을 보면 원리금보장형(89.2%), 실적배당형(6.9%), 기타(3.9) 등으로 수익률은 2.6%에 불과하다. 저금리 시대에도 불구하고 원리금 보장상품에만 치우친 자산 운용에 따른 결과다.

여기에 300명 이상이 사업장의 84.4%가 가입한 반면, 30명 미만 사업장은 가입률이 15.9%에 그치는 등 대·중소기업간 도입 격차 지속 등의 문제점도 제기돼 왔다.

고용부는 이번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통해 노·사의 제도 선택권 및 근로자의 연금수급권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기금형제도의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제도가 한 단계 도약함으로써 근로자 수급권 보장이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고용노동부는 현행 계약형제도의 보완을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