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역효과…주식vs 채권⑦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토빈의 큐(q)'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세운 이론입니다. 압축적으로 설명하자면 "주가가 오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난다"는 주장이죠. 금리를 낮춰 주가를 부양하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배경에도 이러한 기대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으로 미국의 주가가 급히 되살아나 사상 최고치로 불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저금리 정책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죠. 그래서 이들은 일본과 유럽의 중앙은행에게 양적완화를 관두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유는 위 그래프에 있습니다. 녹색 선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입니다. 파란 선은 미국 S&P500 주식의 주가대비 주당 영업이익을 수익률로 환산해 표시한 것입니다. 어닝 일드(earning yield)라고 하죠. 미국 S&P500 기업들이 앞으로 12개월 안에 벌 것으로 예상되는 주당 순이익은 현재 주식가격의 5.9% 수준입니다. 1년 뒤에는 일종의 이자처럼 주식가치가 5.9% 더 늘어나 있을 것이라는 의미죠.

이에 반해 미국 국채 수익률은 1.7%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식의 수익률이 무위험 채권의 수익률보다 4.2%포인트 정도 높은 상태입니다. 이 4.2%포인트를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리스크 프리미엄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기자본으로 달성해야 할 '초과 이윤율'이 역사적으로 최대 수준이라는 의미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증자를 해서 구한 돈으로 투자를 했는데, 그 수익률이 5.9%를 넘지 못한다면,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무위험 수익률보다 4.2%포인트 높지 않다면 주주들에게 욕을 먹게 된다는 겁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본의 비용(주식의 earning yield나 리스크 프리미엄을 일종의 주식발행에 따르는 이자부담이라고 보면 쉽습니다.)이 너무 높아져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기업들은 엄두가 나지 않아 자본을 늘려 투자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이렇게 부풀어 있는 배경에는 중앙은행들이 있습니다. QE를 통해 무위험 수익률을 너무 낮춰 놓아서 자본의 상대적 비용을 높여 놓았다는 것이죠.

이 말은 채권 값이 오르고 이자율이 대폭 떨어진 것에 비해 주식값은 많이 못 올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식값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야 주가 대비 기업이익의 비율을 나타내는 earning yield와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그렇게 해서 자본의 비용이 현저하게 떨어지면 기업들의 투자도 '토빈의 q'를 따라 살아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