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돌파 해법 보여준 현대백화점 '트라이앵글'

공격적 출점을 통한 외형확대, 운영효율 극대화, 재무안정에 기반한 M&A(인수합병) 동력. 최근 현대백화점 (51,000원 ▲200 +0.39%)그룹이 '황금률'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트라이앵글(삼각형) 경영 전략'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을 뚝심 있게 추진 중이다. 여기에 사업 다각화를 추가하면서 현대백화점은 불황기에 더욱 빛나는 성과를 낳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백화점,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 총 5개 점포를 출점해 백화점 업계 빅3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내년 상반기 현대시티아울렛 가든파이브점에 이어 2019년에는 경기도 화성과 남양주에서 아울렛을 출점한다. 2020년에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Parc1)'에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을 열 계획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공격적인 출점을 통한 외형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출점 방식은 독특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부지를 매입해 점포를 짓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임차운영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출점했거나 앞으로 출점할 예정인 점포 중 아울렛 4곳과 백화점 2곳이 이 같은 방식이다. 이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신세계프라퍼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입찰을 포기한 건 수익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엑스몰을 포기하는 대신 파크원을 선택한 것은 임차경영의 내실에 대한 판단 때문"이라며 "수익성과 미래성장성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코엑스몰 임차료는 6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파크원 임차료는 절반에 못 미치는 300억원이다. 현대백화점의 현 영업이익률 수준인 7%를 적용했을 때 파크원에서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연간 약 4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면 된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을 오픈해 1년만에 7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 현대백화점의 내실 경영은 불황기에 더욱 뚜렷한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7%, 11% 증가해 빅3 평균 증가율 8%, 5%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증권은 올해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이 7.5%로 롯데백화점(6.1%)과 신세계(4.4%)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수익성은 재무안정에 기여했다. 현대백화점은 부채비율이 34.6%로 이는 재계 6위에 해당한다. 재무안정성과 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은 사업 다각화와 M&A의 바탕 역할을 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SK네트웍스 패션부문과 동양매직 인수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본업의 성장이 기대 이상이고, M&A 등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장의 윤곽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유통업의 성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의 다각화 방향은 유통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