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개방' 찬반양론 팽팽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고 있다./뉴스1

# "학교 운동장은 매일 같이 엉망이지만, 특히 월요일 아침이 제일 심각해요. 주말에 조기축구회를 했는지 여기저기 양말에 옷가지에, 빈 술병과 담배꽁초까지 버려져 있으니 눈살이 찌푸려지는게 사실이죠. 그런데 운동장 청소는 교사들과 아이들이 합니다. 빈 병이 깨지기라도 하면 결국 다치는건 아이들 아니겠어요?" (인천 소재 A초등학교 교감)

# 이젠 아이들도 다 키우고 건강 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하고 싶은데 딱히 집 주변에 운동할 만한 공간이 없어요. 사설 피트니스 센터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요. 그럴땐 남편과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하거나 설치돼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하곤 해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거주, 55세 여성, 김모씨)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 등을 지역주민에게 의무적으로 개방하는 문제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교 시설도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어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운동장 시설 개방 및 이용과 관련한 갈등은 끊이질 않았다. 학교 외부인 출입 과정에서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낮에 학생이 납치돼 성폭행 당한 김수철 사건 △2014년 9월 대학생이 한밤중에 초등학생을 유인해 운동장에서 성폭행한 사건 △고교 중퇴생이 서울 한 초등학교에 난입해 칼부림을 한 사건 △만취한 10대 3명이 경기 연천의 한 고교에 무단 침입한 사건 등이 발생했다. 학교 시설을 개방하면 외부인 출입이 잦아지고 자연스레 '범죄 위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게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교 시설 개방으로 인한 시설관리도 학교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학교 개방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총 118건으로 학교 시설물 파손 및 무단 사용(31.4%)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수업 방해 및 학생 안전 위협(20.4%), 교내 흡연 및 쓰레기 방치(16.9%)가 뒤를 이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 시설을 개방하면 학교가 '교육의 장'이 아닌 '생활체육회 체육센터'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교총은 "학교 안전을 더욱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학교시설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거나 교육활동 이외의 시간에 학교를 수시 출입하도록 하는 것은 학습이나 기타 체육·문화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들의 안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사회체육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학교가 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서울시처럼 인구밀집 지역에서 생활체육인 인구가 급격히 느는 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소위 지역 주민들이 걸어서 15분 거리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현재 학교밖에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 시설은 학교장 재량으로 개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생활체육계에서는 '은퇴할 때까지 학교 문을 잠궈둔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조건적으로 개방을 금지하는 것 보다는 안전 대책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명근 대한체육회 학교체육부 부장은 "지역 주민들이 학교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방과후 및 주말에 시설을 관리하고 운동 지도를 하는 '총괄 매니저'를 학교 1곳당 1명씩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교육계가 무조건 개방하지 못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 보단 함께 보완책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는 오는 30일 학교 시설 이용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로 했다.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11월 안으로 최종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