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위기와 변화 시대' 전면에 나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회사의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그룹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일제 강점기에 사업을 시작해 전후(戰後) 척박한 환경에서 삼성그룹을 창업한 조부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1987년 민주화와 세계화의 바람 속에 그룹을 아시아의 싸구려 전자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부친인 이건희 회장과는 또 다른 험난한 환경에 놓여 있다.


조부와 부친이 처음 기업 경영을 할 때보다도 훨씬 큰 규모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도 훨씬 무거운 상황이다. 글로벌 무한경쟁 상황에서 한발만 헛디뎌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삼성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숙제를 안은 셈이다.

이 부회장은 당장 갤럭시노트7 소손과 사업재편 과정에서 흐트러졌던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입사 25년만에 대표기업 삼성전자 등기이사 올라=삼성전자는 삼성 그룹 내에서는 '상징'이다.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주주로서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 받을 정도다. 그만큼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해 상무보, 상무, 전무, 부사장과 사장(COO)을 거쳐 입사 후 21년만인 2013년 삼성전자 부회장, 25년만인 이번에 등기이사에 올랐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의 자회사인 S-LCD의 등기이사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 활동한 경험은 있지만, 삼성전자의 등기 이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가총액 220조원의 거대기업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는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맡았던 몇 안되는 계열사의 직책 중 하나였다. 이를 8년 만에 이 부회장이 맡았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불리는 핵심 계열사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신종균 IM 부문 대표와의 갤럭시노트7 소손 문제의 질문을 끝낸 직후 당부 말씀이 있다며 발언했다.

김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이 자신의 입으로 삼성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고, 책임있게 운영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라"고 말했다.

◇삼성 조직 내부 화합…글로벌 무한경쟁의 선봉장 역할 주목=이 부회장 앞에 놓은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이고, 5~10년 후 삼성을 이끌어갈 신성장동력 사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두번째다.

또 최근 삼성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삼성인'이나 '삼성맨'으로서의 자부심과 소속감들이 떨어진 조직 내부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도 이 부회장의 숙제다. 또 사회와 함께 하는 삼성으로서 외부로부터의 평가에도 더 귀 기울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우선 챙겨야 할 부분은 삼성 임직원들을 향한 이 부회장의 '메시지'다. 리더로서 구성원들과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지를 제시하는 부분이다.

구체적 실행방법으로는 조직 내에 번지고 있는 '소속감 결여'와 '소통 부재'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문화와 인사혁신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게 재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삼성 만의 강점이었던 '혈연, 학연, 지연'을 배제한 능력 위주의 인사와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선대 회장들이 신조로 삼고 있던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이라는 삼성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바뀐 시대에 맞게 이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경영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처럼 이제는 '이재용식 경영'의 마스트플랜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