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 매연 환기구라니"…서울시 지하도로 사업 '갈등'

서울시 제물포터널 사업의 양평유수지 내 환풍구 공사현장 사진. 이 곳에서 배출될 매연 등 오염물질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단 입장이다./사진=환기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서울 제물포터널 사업 등 서남권 주요 지하도로 사업들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하도로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배출하기 위한 '환기구'를 가깝게는 초등학교나 주거시설에서 100~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이 "오염물질을 다 마시란 것이냐"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27일 서울시와 환기구 반대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지난 8월 말 공사가 일시 중단된 뒤 공기정화시설 용량 확대 등을 재검토 중이고, 제물포터널 사업은 서울시가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주민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그간 서남권역의 상습 교통정체를 해소하겠다며 지하도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3월 착공한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성산대교 남단부터 금천구 독산동의 서해안고속도로 금천 IC까지 총 10.33km 구간을 왕복 4차로 터널로 뚫는 사업이다. 하루 5만대의 차량을 지하로 분산해 지상도로의 정체를 해소하겠단 취지로 2020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해 왔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구로동 인근 조감도. 대다수 주민들은 공원이 생기는 줄로 알고 있다가 뒤늦게 매연 환기구 문제를 파악해 반발하는 상황이다./사진=서울시

하지만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착공 5개월 만인 지난 8월 중단됐다. 10.33km 구간 지하도로의 매연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환기구' 2곳을 설치해야 하는데, 인근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실제 신도림 환기구에선 200여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등이 있고, 구로구 환기구도 200여m 거리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반발했고, 결국 서울시는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기정화시설 용량을 늘리거나 공법을 바꾸겠다"며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양천구 신월동(신월 IC)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동(여의대로) 7.53km 구간을 왕복 4차로 터널로 뚫는 '제물포터널 사업'도 '매연 환기구'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제물포터널 환기구는 총 2곳으로 한 곳은 양평유수지 생태공원에, 다른 한 곳은 목동운동장쪽에 위치해 있다. 인근 주민들이 뒤늦게 이를 파악, 환기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양평동 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성한 지도.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및 제물포터널의 환기구 위치와 인근 학교 등이 표시돼 있다./자료=양평동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양평동 주민 비대위에 따르면 제물포 터널 환기구에서 불과 99m 떨어진 곳에 아파트가 있고, 200여m 떨어진 곳에 아파트 2곳이, 32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김상우 양평동 주민 비대위원장은 "양평유수지 생태공원엔 제물포터널 환기구 뿐 아니라 서부간선도로 사업의 배연구까지 있어 주민들의 건강권이 더 위협 받고 있다"며 "환기구를 백지화 하고, 지하터널에서 환기하는 방식 등 주민 건강권을 지켜줄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일시 중단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는데, 제물포터널 사업은 강행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불만이 큰 상황이다.

서울시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쳤고,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도로차량이 지하도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공기는 더 좋아진다"며 "환경영향평가도 문제가 없다고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공기정화시설은 오염물질을 40%만 거르게 돼 있고, 초미세먼지는 기준에도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