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마약, 의약계 "폭력성 환자에 처방, 수술실 밖에선 안써"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의·약업계는 청와대가 구매·사용한 1000여정의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정신질환'에 쓰이는 약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시차 적응을 위한 수면유도제"라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1일 의·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가 구매해 사용한 향정신성 의약품 △스틸녹스(주요성분 졸피뎀) 210정 △자낙스 600정(알프라졸람) △할시온(트리아졸람) 300정 등 1110정은 단순 수면유도제로는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다. 청와대는 전신마취 등에 쓰이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에토미데이트) 40개도 구입했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이 약들에 수면성분이 있지만 주로 정신질환 치료제로 쓰인다"며 "상병·약효에 따라 용량조절이 중요하고 두통·우울증 등 부작용이 심해 일반적으론 잘 쓰지 않는다. 시차 적응은 멜라토닌 성분이 있는 일반 의약품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약들에 수면효과가 있고 졸피뎀의 경우 심각한 수면 질환에 사용되긴 한다"면서도 "알프라졸람이나 트리아졸람 등은 수면효과보다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폭력성을 띠는 환자 등에 주로 쓰는 진정제"라고 강조했다.

의·약업계는 특히 에토미데이트리푸로 주사제(에토미데이트)의 경우 수술을 위한 전신마취 외엔 사용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마취제라고 강조했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수술실 밖에선 거의 쓰지 않는 약을 의무실에서 왜 사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들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선 반드시 의사처방이 있어야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처방이 내려지지 않으면 의료 수가를 삭감·조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약물 오·남용을 저지르면 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청와대 의무실이 2013년 스틸녹스 210정, 자낙스 600정, 할시온 300정 등 과다복용이나 장기복용을 금지하는 약물 1110정을 구입해 지금까지 836정(75%)을 소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청와대 의무실은 사실상 대통령 전용. 위치도 관저와 집무실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스틸녹스는 졸피뎀을 주성분으로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알프라졸람을 주성분으로 하는 자낙스는 공황·불안장애 등에 사용되며 의존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시온도 비슷한 성분의 트리아졸람을 주성분으로 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해외순방 때 수행원의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 사용된 수면유도제"라며 "순방 횟수와 수행원 수를 고려할 때 많은 양이 사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청와대의 해명에 불신감을 나타냈다. 한 누리꾼(fig***)은 "정상적인 의약품들이 있는데"라고 꼬집었고 또다른 누리꾼(fin***)도 "잠자기 위해 굳이 마약성 약물을 먹을까"라며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