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학당, 정유라 특혜 조직적 개입설 '정면 반박'

이화여대 본관 모습. 2016.11.22/사진=뉴스1

이화여대 법인 이화학당이 정유라씨 특혜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으며 "교수들의 조직적인 모의 의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교수 15명에 대한 행정조치를 취하면서도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해서는 즉각 판단을 미뤘다. 또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면피성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2일 ‘체육특기생 정유라의 입학 및 학사관련 특별감사위원회’를 통해 벌인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화학당은 이를 통해 교수들의 '조직적 개입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화학당은 "정씨의 특혜와 관련해 면접위원과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며 감사결과 보도자료 4장 중 1장을 이에 대한 해명에 할애했다.


이화학당은 익명의 '전문가'에게 의뢰한 '면접과 서류점수에 대한 상관성 통계 분석' 자료를 근거로 들며 "교수들이 정유라 합격을 위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면접위원들이 정유라를 합격시키려면 합격권에 드는 다른 학생들에게 점수를 낮게줬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화학당은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 전형 면접 당시 남궁곤 전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이 있다"며 정씨의 합격을 유도했지만 입학부처장은 "신경쓰지 말라"며 독립적인 채점을 강조한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화학당의 해명은 또 다른 의혹을 낳는다. 기본적인 입시 규정을 어기고 금메달을 면접장에 들고 온 정유라씨에게 5명의 면접위원들이 20점 만점에 17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준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이 소지품 반입 금지에 대한 규칙을 알고 있었다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거나 면접 이후 입학사정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게 교육계 시각이다.


이밖에도 이화학당은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꼬리자르기' 감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가 올해 초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이대 다니는 딸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고 했고 김관복 대통령 교육비서관이 최경희 총장을 만나 학칙 등 학사관리를 상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비서관은 지난 3월까지 교육부의 모든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다가 청와대로 파견됐고 최경희 전 총장과는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한편 이화학당은 이번 감사를 바탕으로 교직원 15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학교 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이화학당이 명단을 밝히지 않은 체육과학부 교수 2명, 의류산업과 교수 1명 등 총 5명은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경징계 2명, 경고 4명, 주의 3명, 해촉 1명 등의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정유라씨에 대해서는 입학 취소와 함께 영원히 재입학 불가를 전제로 한 퇴학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화학당은 "수강 교과목 수업 불출석, 기말시험 대리 응시와 입학전형 당시 부정행위 등을 이유로 정씨가 자퇴하더라도 영구적으로 재입학이 불가능하도록 학교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