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대만 총통과 전화 한 트럼프…中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필리핀의 이른바 '마약과의 전장'을 옹호하고 37년만에 대만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듯한 행동을 잇따라 취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밤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로 7분 남짓한 짧은 통화를 통해 '우호적이고 활기찬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내년 백악관에 초청했으며 두테르테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내년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와달라고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침해 우려를 표했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지지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 성명을 통해 "그(트럼프 당선인)는 마약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 대해 꽤 예민했고, 내게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며 "그는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이것(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이는 올바른 방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친미(親美) 국가로 분류됐던 필리핀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등장으로 최근 중국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듯 했으나 이번 전화통화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다시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같은 날 대만 총통과도 전화통화를 나눴다. 미국 정상이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 한 것은 지난 1979년 양측 수교가 끊어진 이후 37년만에 처음이다.

이를 놓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기 미국 정부의 대(對)대만 정책이 큰 변화를 보일 것으로 속단하긴 이르지만 미국과 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을 미국이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곧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 간 전화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자 "대만이 일으킨 장난질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국 정부가 수십년 간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전화통화를 대만의 도발로 강조하며 트럼프 정부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것을 부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