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에 비과세축소까지…'엎친데 덮친' 생보업계

연이은 악재 때문에 생명보험업계의 속앓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살보험금 중징계를 예고했고 국회에서는 여야가 저축성보험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잠정 합의했다. 저금리 여파로 당장 올해말 회사별로 수천억원대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연착륙 방안에 따라 자본확충에도 비상이 걸렸다.

◇'엎친데 덮친' 저축성보험 비과세 축소=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여야는 장기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줄이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자체적으로 개정하면 되지만 보통 국회 합의에 따른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이자소득에 비과세가 적용되는 납입 한도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든다. 일시납은 2013년부터 2억원 한도로 비과세가 적용됐지만 내년부터는 1억원으로 축소된다. 비과세 한도 적용을 받지 않았던 월납도 1억원으로 제한하자는 논의도 있다. 월 84만원 이상을 10년간 납입했다면 비과세 한도 1억원을 초과해 세제 혜택을 보지 못한다. 다만 월납은 서민들이 주로 가입하기 때문에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와 여야간 합의를 보진 못했다.

비과세 혜택을 줄이면서 당장 입시납 중심으로 팔고 있는 방카쉬랑스(은행에서의 보험 판매)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월납 비과세 혜택까지 축소되면 보험영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통 20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하고 월 40만원대 저축성보험 가입을 권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연금보험을 포함해 저축성보험을 장기 가입해 노후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후대비를 장려해도 부족한 판에 정부가 단순히 세금혜택 축소 쪽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짧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살보험금·저금리· IFRS17, 첩첩산중=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에 각종 규제 도입까지 겹쳐 생보업 자체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4개 생보사에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중징계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 수위는 영업 일부 정지에서부터 영업권 반납, CEO(최고경영자) 등 임직원에 대한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포함됐다. 빠르면 이달 중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면 미지급 보험금 때문에 보험사 CEO가 교체되고 보험사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뒤늦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도 어렵다. '생보 빅3'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미지급 보험금만 각각 1400억원, 900억원, 700억원에 이르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반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업계로선 진퇴양난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저금리 여파로 과거에 변액보험을 많이 판 생보사들은 당장 올해말에 회사별로 수천억원대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과거에 높은 예정이율을 적용했는데 현재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해 하락분만큼을 보증 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한다. 규모는 지난해 3조원대에서 올해는 5조원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IFRS17도 발등의 불이다. 오는 2021년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주문해 내년부터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한화생명은 내년 3월 안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고 동양생명도 6000억원대 자본확충 계획을 수립했다. 또 올해는 RBC(보험금 지급여력제도) 강화로 연말까지 거의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 하락이 예상돼 이를 대비한 자본확충도 시급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극적으로 상승 반전하지 않는 한 내년은 생보업계가 손보업계에 추월당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