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면세점 메기論'…"경쟁자들 긴장시켜 산업발전 자극"

'메기 효과'.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하며 품은 포부다. 유통업 45년, 백화점 32년의 업력을 면세점 사업에서도 발휘해 선발 업체들을 긴장시켜 업계 전체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7일 "현대백화점이 아울렛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였지만 서비스 개선으로 시장 전체의 변화를 이끌었다"며 "면세점 시장에서도 진정한 경쟁을 자극해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백화점 '빅3' 중 유일하게 면세점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MD(상품기획), 바잉파워 등 유통업의 기본능력을 발휘해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는 면세점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차 면세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두 번째 도전에 나선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 취임 10년째인 내년을 제2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면세점은 정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의 '화룡점정'이며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다.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식자재 유통), 씨엔에스푸드시스템(식품 제조), 한섬(의류), 현대리바트(가구), 현대드림투어(여행), 현대렌탈케어(렌탈) 등으로 확장된 유통 외연을 면세점으로 완성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 회장은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경영으로 올해 업황 부진에도 업계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아울렛을 중심으로 한 출점 확대에 힘입어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34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했다. 임차 운영 등 효율성을 높여 영업이익은 2622억원으로 13% 늘었다.


다만 핵심사업인 백화점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한 정 회장은 일찍부터 외연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M&A(인수합병)로 리바트, 한섬을 인수한데 이어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도 앞두고 있다.

정 회장 경영 행보에 대한 시장 기대도 높다.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외연 확장이 면세점 사업 신규 진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면서 "특유의 내실 경영과 경영 성과를 감안하면 면세점 사업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동호 기획조정본부 사장 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를 최근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실어줬다. 정 회장은 "유통종합그룹으로서 면세점 사업에 꼭 진출해 그룹 역량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 8~10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4244평) 규모의 초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열 계획이다. '명품 백화점'이라는 명성을 쌓은 만큼 랜드마크로 부상한 강남에 어울리는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면세점답게 기존 면세점보다 고객 동선을 1.5배 넓게 만들고, 쇼핑 편의를 위해 휴게 시설 비중을 높여 차별화할 계획이다. 또 강남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에 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5년간 총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신규 면세점들이 겪고 있는 적자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은 초기 1~2년이 투자기인 만큼 적자가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며 "현대백화점은 입지, 규모, MD 등 유통업 기본 역량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면세 사업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