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롯데, SK 실패작 '주롱아로마틱' 인수나섰다

SK건설의 대표적인 TSP 사업으로 꼽히던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 콤플렉스 프로젝트 공사 현장./사진 제공=SK건설

한화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 (100,100원 ▼300 -0.30%)이 2014년 SK가 싱가포르에 세웠다가 4개월 만에 가동을 중단한 석유화학업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에 나섰다.

석유화학업계가 단기적으로 호황에 들어서면서 한화가 생산하는 품목이 단일품목이라 이번 딜로 사업 매출처를 확장하려는 의도다.


18일 M&A(인수·합병)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2015년 10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채권단 관리(법정관리)에 들어간 JAC를 최근 적극적으로 인수할 의지를 갖고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최근 JAC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통과했고 롯데케미칼과 해외기업 3~4곳 등과 경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의 생산품목이 PTA(고순도테레프탈산) 하나인데 업황이 별로 좋지 않아 사업구조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JAC에서 석유화학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어 (인수에 성공하면 사업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AC는 SK종합화학·SK건설·SK가스가 2011년 중국·인도기업 등과 연합해 싱가포르에 세운 석유화학업체다. SK가 총 24억40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분 30%를 보유했다. 2014년 주롱섬 석유화학단지 내 55만㎡ 부지에 공장이 완공됐고, PX(파라자일렌) 60만톤, 벤젠 45만톤, 혼합나프타 65만톤, LPG(액화석유가스) 28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유가 폭락 등 악재가 겹쳐 빚을 감당하지 못해 넉 달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JAC 관련 매출채권 약 1600억원을 손실 처리해 2015년 4분기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법정관리 상태에 놓인 JAC가 최근 인기매물로 급부상한 배경은 석유화학업계의 호황 덕분이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업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돼 수출 4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JAC가 가동된 때는 시장 상황이 최악이었지만 지금은 지난해에 화학·정유업계가 최고점을 찍는 등 극과 극인 상황"이라며 "시장에 워낙 매물이 없는 편이어서 (인수 후보가) 늘었다"고 말했다.

JAC의 채권단이 채무탕감(헤어컷)을 거론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M&A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는 채무탕감을 거의 해주지 않는 수준이라 투자자들이 주저했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탕감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이 JAC 프로젝트에 대출 및 지급보증한 금액은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 등을 포함해 약 15억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