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거북이 걸음'…22명중 3명만 인준 통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사진=블룸버그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는 트럼프 내각 구성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23일(현지시간) 인준 첫 관문을 통과하고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는 최종 인준을 얻어냈다.

CNN 등에 따르면 틸러슨 내정자는 이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11표와 반대 10표를 얻어 인준 첫 관문을 통과했다. 틸러슨에 반대했던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상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행사한 게 배경이 됐다.


루비오 의원은 틸러슨 내정자의 친러시아 성향과 인권 의식을 문제 삼아 지지를 보류해왔다. 틸러슨 내정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인연을 맺은 친러시아 인사로 꼽힌다. 그는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최고경영자)가 된 뒤 러시아 정부와 여러 합작 사업을 진행했다. 러시아와의 각별한 관계로 2012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정훈장'까지 받았다.

틸러슨 내정자는 다음주 상원 전체회의 인준 표결이라는 고비를 한번 더 넘어야 한다. 표결에서 의원 과반(51명)이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이 현재 52석을 확보하고 있어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전부 반대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높다.

폼페오 내정자도 틸러슨 내정자와 함께 관문의 고비를 넘겼다. 그는 같은 날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서 찬성 66표, 반대 32표를 얻어 CIA 국장으로 최종 인준됐다. 그는 1명을 제외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전원의 지지와 함께 민주당의 표도 손에 얻었다.


폼페오 내정자도 논란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 인준 청문회에서 물고문 부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진행 중인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미국 수호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특정 상황에선 고강도 심문기법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폼페오 내정자는 대표적 보수 우파 인물로 꼽힌다. 캔자스 출신 3선 연방 하원의원으로 공화당 내 보수파인 '티파티' 소속이다.

두 내정자가 인준 관문을 넘어섰지만 트럼프 내각 출범이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1989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이래 가장 더딘 속도로 내각이 구성 중이다. 인준 조건이 상원 60표에서 과반(51표)으로 낮춰진 가운데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더딘 건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과 함께 내각 지명자 22명 가운데 7명 인준을 목표로 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인준을 받은 내정자는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폼페오 등 3명 뿐이다.

민주당의 반대와 윤리상충 문제 등으로 청문회와 표결이 잇따라 지연된 게 원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자와 경영자가 내각 내정자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내각의 특징 중 하나는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초갑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내각 구성원의 재산은 약 130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