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잡겠다더니 도수치료비 공개 왜 안하나

진료비가 회당 십만원이 넘는 도수치료가 병원 진료비 공개항목에서 빠졌다. 도수치료 남발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손해율이 올라가자 금융위원회는 오는 4월부터 도수치료를 특약으로 따로 판매하는 특’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보조를 맞춰 보건복지부도 도수치료를 비급여 표준화 항목으로 지정하고 4월부터 가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말 확정된 107개의 비급여 표준화 항목에 도수치료는 없다. 이번에도 정부 당국간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와 복지부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김종석 의원)와 보건복지위원회(김승희 의원)가 24일 실손보험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정무위와 복지위가 실손보험 관련 합동 토론회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b>◇도수치료 빠진 표준화, 무슨 의미인가</b>=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 근본 대책으로 “비급여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건강보장과 실손보험의 가치 제고’라는 주제 발표를 한 이기호 인제대학교 교수는 “표준화를 통해 의사와 환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진료비 세부 내역서 표준서식을 마련해 환자들이 병원별로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몇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와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실손보험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비급여 진료에 대해 코드·명칭·행위 정의를 표준화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말까지 100여개를 우선 표준화하고 올해 추가로 100개를 더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드와 명칭이 정리된 비급여 항목은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의료비가 공개된다.

문제는 복지부가 지난해말 고시한 107개 비급여 표준화 항목에 핵심이 빠졌다는 점이다. 체외충격파 등 일부 논란이 된 비급여 항목이 표준화 대상에 들어가긴 했으나 의료쇼핑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수치료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도수치료는 회당 가격이 1000원에서 170만원까지 병원별 가격차가 1700배나 된다.

복지부는 당초 치료 횟수가 많고 가격 부담이 크며 사회적 관심이 큰 비급여 진료를 우선 표준화한다고 밝혀 도수치료는 당연히 우선 표준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다. 복지부는 도수치료를 제외한데 대해 치료 부위나 횟수 등이 제각각이라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가 어려워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번에도 의료계 입장만 반영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07개 표준화 항목도 뜯어보면 실속이 없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하지정맥류는 치료재료와 방법 등에 따라 19개 항목으로 세분화했고 표준화 항목에 진료기록사본과 진료기록영상도 넣어 각각 흑백/컬러, 필름/CD/DVD를 따로 분류했다. 표준화 항목이 107개라고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따져보면 80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b>◇복지부-금융위 손발 안맞아.. 국무조정실 나서야</b>=금융위가 실손보험 구조를 개편해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를 차단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하는 복지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도 복지부가 의료업계 이해관계를 대변하느라 이같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무위 소속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복지부와 금융위 사이에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5년 전 발표한 실손보험 대책이 아직도 미뤄지고 있다”며 “양 부처가 올해 안에 지난해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든 대책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위 소속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도 “실손보험은 국회 정무위와 복지위도 함께 다룰 때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비급여 의료비 문제는) 국가기관이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복지부와 금융위 관계부처에만 맡기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중대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만큼 국무총리실에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복지부, 금융위, 보험사, 의료계가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