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조합원 대상 보험사업 길 열렸다"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들도 전국연합회를 조직하면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무분별한 공제사업 추진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의 감독 등을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일부개정안'을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생협은 소비자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해 그들의 소비생활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협동조합을 말한다. 한살림·두레·아이쿱·행복중심생협 등이 대표적이다.


공제사업은 조합이 보험료에 상당하는 금전을 조합원으로부터 받고 조합원에게 사고·질병 등이 발생시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실상 보험업에 해당한다.

앞서 공정위는 2010년 3월 생협법 개정을 통해 생협들이 공제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인가기준과 감독규정 등의 마련이 미뤄지면서 생협 공제사업 시행이 7년 가까이 표류했다.

당시 손해보험협회 등을 중심으로 보험업계의 반발도 거셌다. 생협의 경우 일반소비자들이 2만~5만원의 출자금을 납부하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등록 가능하다. 즉 생협 공제사업은 사실상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고 보험업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생협 공제사업이 부실화될 경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우려였다 .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공제사업 시행 주체를 전국연합회로 한정했다. 현행법에서는 5개 이상 생협이 모인 연합회도 공제사업이 가능하다. 생협 공제와 유사한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공제 등의 경우도 중앙회만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또 전국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경우 규모의 경제 실현, 보험업법에서 정한 지급여력비율(100%)에 준하는 재무건전성 등을 유지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신 전국연합회 설립요건을 완화한다. 전체 인가된 생협 수의 약 70%(2105년)를 차지하는 의료생협 외에 나머지 조합들끼리도 전국연합회 설립을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의료생협의 반대로 전국연합회 설립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국연합회는 내부감사 업무를 담당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공제사업과 관련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제가입자와의 분쟁 해결을 위해 전국연합회 내에 공제자율분쟁해결기구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또 매 회계연도마다 외부감사를 받고, 공제사업에 대한 회계는 독립회계로 처리토록 했다.

공제사업이 위험성도 크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우선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보험업법에 준하는 수준의 공제사업 감독기준을 마련한다. 또 필요시 공제사업에 대한 감독과 검사 등을 금융위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전국연합회가 공제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경고, 시정조치, 6개월 이내의 공제업무 일부 또는 전부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수렴한 의견을 검토한 후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안을 금년 8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규태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은 "생협 공제사업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개정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