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엔低 '디커플링'… 재정환율 1000원 깨졌다

1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엔화 약세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원/엔 재정환율이 두 달 만에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전일대비 4.58원 내린 999.08원에 마감했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15일 장중 999.65원을 기록한 뒤 두 달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16년 2월 1일(989.12원)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 하락은 두 달 전과 상황이 다르다. 원화와 엔화가 달러화 대비 동반 약세였던 '동조화 현상'이 깨진 영향이 컸다.

원/엔 재정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나눈 값이다. 따라서 두 통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 변화에 따라 환율이 등락한다.

앞서 원/엔 재정환율이 하락한 이유는 엔화가 원화보다 절하 폭이 더 커서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년 만에 금리를 인상(0.25~0.50%→0.50~0.75%)하면서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강세를 보인 시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엔화 약세 흐름에 원화가 달러화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원/엔 재정환율이 떨어졌다.

시장에서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다. 회담 이후 미국이 일본에 환율 문제로 강경책을 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엔화는 달러화 대비 0.3% 더 절하됐다. 이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은 2주 만에 달러당 114엔대로 상승했다.

이와 함께 일본 대표기업 도시바가 미국 원자력사업 손실로 경영난에 빠진 소식으로 일본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도 엔화 약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원화는 최근 엔화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날 마감가는 전일대비 4.8원 오른 1142.2원이었지만 시계를 넓혀보면 달러화 대비 확연히 절상 흐름이다.

원화는 미일 정상회담 전보다 달러화 대비 0.7% 절상됐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고점(2016년 12월 28일 1210.5원)과 비교하면 5.6% 절상됐다.

최근 원화가 엔화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도 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커졌고 이로 인해 대미 경상흑자가 높은 우리나라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원/엔 재정환율이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올해 2분기 하드 브렉시트, 프랑스 대선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엔화가 다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어 예전처럼 달러당 118~120엔대까지 레벨을 높이긴 어렵다고 본다"며 "원/엔 재정환율이 당분간 100엔당 1000원을 기점으로 변동성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