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그리스·브라질 포퓰리즘 경제성장·정치안정까지 해쳐"

그리스와 브라질의 경제성장률 추이(왼), 정치 안정 지표/자료=현대경제연구원

과거 지지세력 확보와 빈곤 해결 등을 위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활용했던 그리스와 브라질에서 경제성장은 물론 정치·사회 안정까지 이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부진·소득 양극화 심화·정치적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포퓰리즘 등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발표한 '포퓰리즘의 지속 가능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유럽 주요국의 유럽연합(EU) 탈퇴·반이슬람 등 반세계화 중심의 포퓰리즘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포퓰리즘 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포퓰리즘 정책이 집중 도입된 시기 이전과 이후 그리스와 브라질의 각 지표 변화를 분석해 지속 성장 가능성, 국가 재정 건전성, 정치 사회 안정성을 평가했다. 그리스는 1981~2004년, 브라질은 2003~2011년을 포퓰리즘 집중 도입 시기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그리스와 브라질 모두 포퓰리즘 시기 이후 지속 성장이 저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포퓰리즘 시기 이전(1971~1980년) 연평균 4.2%에서, 포퓰리즘 시기(1981~2004년) 2.2%, 이후(2005~2015년) -0.02%로 악화됐다. 브라질도 각각 1.1%(1993~2002년), 4.4%(2003~2011년), -0.3%(2012~2015년)로 하락했다.

포퓰리즘 시기 이전과 이후 국가신용도와 국가경쟁력 순위에도 변화가 있었다. 포퓰리즘 시기(2004년) 투자적격(A1)이었던 그리스는 2016년 투자부적격(Caa3)으로 강등됐다. 브라질도 2011년 적정 신용 수준(Baa2)에서 2016년 투자부적격(Ba2)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리스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4년 37위에서 2017년 86위, 브라질은 2002년 46위에서 2016년 81위까지 하락했다.


포퓰리즘 시기 이후 두 국가에서는 정부부채와 민간부채가 늘어나며 국가 재정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980년 22.5%에서 2004년 102.9%, 2015년 176.9%까지 급상승했다. 브라질은 2002년 78.8%에서 포퓰리즘 시기인 2011년 61.2%로 다소 개선됐지만 2015년 73.7%까지 다시 상승했다.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도 그리스는 2004년 73.9%에서 2015년 126.6%로, 브라질은 2002년 39.1%에서 2015년 75.6%로 늘었다.

포퓰리즘은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정치안정 지표는 2004년 0.46에서 2015년 -0.23, 브라질은 2002년 0.28에서 2015년 -0.38까지 악화됐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나는 지니계수의 경우 그리스는 2004년 0.336에서 2013년 0.343으로 다소 상승했다. 브라질은 2011년 0.501에서 2013년 0.497로 불평등 정도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포퓰리즘이 국가 자원분배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정책 도입 때부터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시민사회 차원의 모니터링 강화나 토론, 제안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