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제개편 기대감에 美 증시랠리…높아지는 경계론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이로운' 세제개혁 예고로 미 증시가 연일 랠리를 펼치는 데 대해 일각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제개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베팅'했다는 지적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21일(현지시간)까지 8거래일 연속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종합 지수 역시 지난 10거래일 중 9일간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다우존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들어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는 10차례 최고가를 경신했고 나스닥 지수는 19차례 정점을 찍었다.

보야파이낸셜의 카린 카바노프 수석 시장전략가는 "일부 소폭의 하락이 있겠지만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상승 여력으로 세제개편안, 무역, 규제완화 등 이른바 친(親)기업 정책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에 기대가 큰 나머지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양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투자은행 코웬앤드코의 데이비드 시버그 주식거래 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목소리 톤이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키면서 투자자들이 여기에 너무 많이 (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55캐피털의 맥스 울프 전략가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증시가 오른 경향이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가 내놓을 세제개편안이 기업 실적을 개선하는 데 있어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문제시 되는 분위기다.

시버그는 "법인세가 1%포인트 낮아질 때마더 S&P500 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연간 주당순이익(EPS)은 약 1.3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법인세가 현행 35%에서 10%포인트 인하된 25%로 책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EPS가 13달러 불어나는 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S&P 기업들의 EPS는 약 145달러 증가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여기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법인세 인하가 수출 기업에 줄 호재에만 집중한 나머지 수입 업체에 줄 타격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원 공화당은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는 대신 수입품에 20%의 국경조정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곧바로 수입 업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월마트와 타깃, 나이키, 갭 등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소매업체들은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결국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대 로비에 들어간 상태다.

세제개편안을 놓고 정부와 의회 간 의견조율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난제로 꼽힌다. 당장 법인세율 하한선을 놓고 트럼프는 15%를 주장하는 반면 하원 공화당은 마지노선을 20%로 설정하고 있다.

앞서 AP통신은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지 문제보다 세금 정책을 놓고 잠재적으로 더 큰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