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농가 AI걸린 하림 …저점매수 기회?

AI(조류인플루엔자) 반사이익에 웃던 하림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하림을 비롯한 닭고기 생산·가공업체들은 AI 발생 후 이어진 공급부족 사태로 닭고기 값이 폭등한 덕에 큰 이익을 남겨왔다.

그러나 최근 하림 직영농가에서 AI 의심사례가 발생했다는 돌발악재가 터지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등 상황을 예단키 어렵게 됐다.


이에 반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주가약세를 매수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림에서 AI 발생 농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증가 부분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반사이익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28일 오후 2시17분 현재 하림은 전날보다 1.9% 하락한 5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 때 4% 넘게 하락하다가 외국인 매수세(1만8000주 가량)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AI 등 조류 전염병이 돌 때마다 닭고기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했으나 사실은 반사이익이 컸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의 판단이었다. AI발생 이후 계란과 닭고기 가격이 급등하며 기업들의 수익이 급증하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2003년 국내 최초로 AI가 발생한 뒤 단일 지속기간으로 가장 오래 이어졌던 때는 2014년 9월24일~2015년 6월10일까지 260일이었다. 당시 하림은 2014년 4분기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닭고기 '수요회복-공급부족' 국면이 전개된 이듬해에는 3분기까지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림축산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I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1월5일 1㎏당 1100원이었던 육계 시세는 설 연휴가 지나면서 가파르게 상승, 이달 14일에는 1㎏당 2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2일(888원)에 비해 148%나 뛴 것이다.

주가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하림 주가는 지난해 12월 초 4500원 안팎에서 형성됐으나 현재는 이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동우, 팜스토리, 이지바이오 등 나머지 육계 관련주들도 같은 기간 3~10% 가량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AI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하림처럼 해당 기업의 생산과정에 직접적인 타격이 미치게 되면 '반사이익'을 얘기하기 어려워진다. 이후에는 관련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나머지 농장의 방역비용 증가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이번 악재를 하림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AI가 발생한 직영농가가 하림의 닭고기 출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림 관계자는 "AI 발생으로 해당 농가에서 키우던 종계 6만4000마리를 일단 살처분했다"며 "이는 하림에서 직·간접적으로 키우는 종계의 3~4%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타격으로 4~5월 물량 수급에 일정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전체 생산량 차원에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AI 살처분이 이뤄지면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피해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헌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직영농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공급 물량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가 중요하다"며 "당장은 물량 부족으로 실적에 영향이 있겠지만 회복기에는 오히려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