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에 딴죽거는 美 헤지펀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이 GS홈쇼핑 (154,900원 ▲3,200 +2.11%) 주주총회에 딴죽을 걸었다. 주주제안으로 배당금 인상과 자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면서다. 정당한 주주권한 행사를 명분 삼고 있지만 결격사유가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 소액주주 보호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GS홈쇼핑은 오는 17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2일 공시했다. 이날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과 현금배당안, 이사선임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 지분 1.4%를 보유한 SC펀더멘털은 지난달 초 회사에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상법상 6개월 이상 상장사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총회에 의안을 제안할 수 있다.

SC펀더멘털이 내놓은 안건은 이사회가 의결한 현금배당 주당 7000원을 8000원으로 올릴 것과 대학교수 김 모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줄 것 등 2가지다. 이에 대해 GS홈쇼핑은 현금배당안은 이사회 제안 현금배당안에 이어 추가 안건으로 올리고 김씨의 사외이사 선임안은 상정을 거부했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추천이 있었다"면서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요건이 발견돼 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확인결과 김 씨는 GS홈쇼핑 외에도 중소기업 2곳의 사내이사로 일하고 있다. SC펀더멘털의 추천서류에는 이 사유가 누락됐다. GS홈쇼핑은 다른 법인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이는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상법 규정을 들어 안건 상정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배당 인상 요구도 회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GS홈쇼핑은 이익의 40%가량을 배당금으로 주주환원해 왔다. 업계 최고 수준인 배당성향임에도 추가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시가배당율도 4%대로 동종업계의 2%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에도 배당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격사유가 있는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 역시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GS홈쇼핑이 SC펀더멘털의 요구를 순수한 주주권한 행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이 펀드가 GS홈쇼핑을 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SC펀더멘털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도 주주권한을 내세워 배당금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당시 SC펀더멘털은 GS홈쇼핑 지분 보유기간이 법정 기준이 6개월이 채 안된 사실이 알려지자 스스로 주주제안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정당한 주주 권한 행사로 받아들이기엔 의문부호가 많다는 게 GS홈쇼핑의 입장이다.

SC펀더멘털의 과거 행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펀드는 2011년 1월 코스닥상장사 국보디자인 (15,660원 ▲370 +2.42%) 지분을 사들인 뒤 배당 인상 요구와 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제안이 거부당하자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분쟁도 불사했다.

그해 초 3000원 중반대였던 국보디자인 주가는 주주총회 이후 6월 700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SC펀더멘털은 5~6월 보유 중이던 지분 13.79%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SC펀더멘털 추천으로 국보디자인 감사로 선임된 최 모씨는 그해 9월 일신상의 이유로 퇴임했다. 특히 이번 GS홈쇼핑 사외이사로 추천된 김 씨 역시 당시 국보디자인의 사외이사로 추천받은 점을 고려하면 '이슈생성→ 주가부양→지분 매각'으로 이어지는 국보디자인의 전철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SC펀더멘털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대리인인 법무법인 시공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