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전 참여 '지분 51%' 확보 노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공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가 세계 2위 낸드 플래시 생산업체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해외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손잡고 각각 51%, 49%의 지분을 사겠다는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해외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날 오후 12시 마감된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도시바가 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지난달 메모리 사업부문의 지분 19.9%를 처음 내놨을 당시에는 3조원대였다. 그러나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서 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만큼 매각 지분을 50% 이상, 아예 경영권(100%)까지 넘겨 주기로 결정하자 입찰 규모는 20조원대로 치솟았다.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최대 26조원까지 추정된다.

실제 SK하이닉스가 51%를 제안했을 경우 당장 10조원 이상의 '거금'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HARMAN) M&A(인수·합병) 당시 기록한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를 넘어선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인 만큼 최종 선택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에 달렸다.

SK그룹에서 'M&A 전문가'로 통하는 박정호 SK텔레콤 (51,300원 ▲300 +0.59%) 사장은 최근 일본을 오가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M&A할 때 관여한 박 사장은 현재 SK하이닉스에서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훙하이 그룹 계열사 폭스콘과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웨스턴디지털 등이 인수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입찰을 마감한 도시바는 오는 6월쯤에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본입찰을 진행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일단 본입찰까지 올라간 다음 현재 10여 명 규모의 TF(태스크포스)가 실사 등을 통해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본입찰 대상자에게 각종 민감한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M&A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에 D램 업계 3위 일본 업체인 엘피다를 인수하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하고 실사까지 벌였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한 바 있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실제 딜을 하게 되면 그룹의 주요 자원을 한곳(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그룹 입장에서 큰 베팅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만약 M&A가 성공하면 SK하이닉스는 단숨에 낸드 플래시 시장 2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지난해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1~2위인 삼성전자(35.4%)와 도시바(19.6%)에 한참 뒤처진 5위(10.1%)에 불과했다.

일본 내에서는 자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인수 업체로 미국 기업을 선호한다고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본입찰까지 가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다"며 "SK하이닉스는 물론, 다른 입찰자도 비밀유지협약을 맺어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