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돼가는 기업들

자료=IMF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2017.4)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것을 두고 '좀비'라고들 부르죠.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쓰입니다. '좀비 기업'이란 표현도 자주 사용됩니다. 영업활동을 하고는 있는데, 기업의 유일한 목표인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경기가 나쁘면 적자를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따질 때 '이자보상배율'이라는 기준을 많이 씁니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많은지 여부, 많다면 얼마나 많은지 여하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일 공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 총 자산의 10%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기업들을 우리나라에서는 '한계기업'이라고 부릅니다.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뜻이죠.

대출이자가 이렇게 낮은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2배에 불과한 기업들도 비슷한 규모로 많다고 합니다. 둘을 합치면 미국 기업 자산의 20%를 차지하는 회사들이 한계기업 또는 준(準) 한계기업 상태입니다.

이런 와중에 금리인상이 계속된다면 위험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정적자를 확대해 가면서까지 부양에 나선다면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한계기업에 미치는 충격도 가중될 것이라고 IMF는 경고했습니다.


어쩌면 미국 기업섹터의 '좀비화'는 저금리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자가 워낙 싸다 보니 빚을 많이 늘리게 되었고, 이자가 워낙 낮다 보니 그 많은 빚을 지고도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죠. 이들 기업은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경제의 과잉공급을 심화해 저물가와 저금리, 낮은 기업이윤과 부진한 투자, 저성장의 악순환 요인이 되죠.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면 '저금리가 저물가와 저성장 원인이 되었다'는 역설적인 판단을 도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의 사정은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그나마 매우 양호한 편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다 내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 전체의 33.9%에 달했습니다. 중소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6.3%가 그러한 한계기업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