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1등 만들라는 지시에...美 NASA 문 두드린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명폴리이미드 필름인 CPI 필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오롱.

"차세대 PI는 무조건 세계 1등을 만들어라"

2005년 코오롱은 세계 3번째로 PI(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에 성공했다. 미국 듀퐁, 일본 가네카에 이은 성과였다. 항공기, 우주, 방산 산업 등에 쓰이는 '고내열 고기능 필름'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7년여간의 성과에 취하는 것도 잠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차세대 제품은 무조건 1등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떤 제품이 차세대 주축이 될지 시장 전망조차 없던 시기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PI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앞선 곳을 물색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코오롱인더 임원진들이 직접 발로 뛰며 수개월 동안 설득에 나선 끝에 NASA 전문가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때가 2005년 5월이었다.

코오롱인더는 2006년부터 독자기술로 기존 노란색 PI와 다른 투명한 제품 연구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가능성만 보고 시작했던 연구가 결실을 맺은 건 지난해.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CPI(Colorless Polyimide)'라는 브랜드명을 붙이고 제품 개발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이웅열 회장은 한 두 달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팀을 만나며 사업을 챙겼다. 그러면서 자신도 전문가에 준하는 지식을 쌓았다.

지난해 8월부터는 882억 원을 투자해 양산설비 구축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양산 제품을 생산한다. 강충석 코오롱인더 CPI 사업담당(상무)은 "내년 2월 말까지 시운전을 끝내고, 3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설비에서는 7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기준, 연간 3000만~4000만대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 연간 기대 매출은 3000억원 정도. 투명PI는 열에 강하고 유연해 접거나 말 수 있어, 화면을 접었다 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차세대 스마트폰에 쓰인다.

2013년부터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력 스마트폰에 CPI가 채용이 검토되고 있다. 신상품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충석 코오롱인더스트리 CPI사업담당(상무). /사진제공=코오롱.

코오롱인더는 CPI가 스마트폰에 쓰이던 유리와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강 상무는 "CPI는 곡률 반경 1㎜까지 확보해 종이처럼 접을 수 있고, 20만회까지 접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며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제품 특성을 만족시켰고, 유리처럼 광택이 나는 표면 느낌을 만들도록 마무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투명PI 시장에선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코오롱인더에 이어 일본의 스미토모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에도 여유롭다.

강 상무는 "경쟁사 대비 코오롱인더의 기술 수준은 3~5년 정도 앞서 있다"며 "국내 관련 특허의 90%, 해외에선 전체의 40~50% 가량이 우리가 낸 특허"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목표는 양산 준비를 완벽히 마치는 것. 스마트폰 제조사들로부터 제품 인증을 받는 것도 목표다.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면 설비를 현재보다 2~3배 늘리는 것도 고려 중이다.

강 상무는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을 넘어 휘는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외부 LED 안내판 등 산업용으로 제품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