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위한 농협, 농가소득 5000만원 꼭 이룰터"

-주말엔 '지방行' 현장 농민들과 소통…전국 각지 '스타' 여성농군 찾아내 '청년여성CEO포럼' 결성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5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0년까지 농협 구성원들의 역량을 모아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를 반드시 구현해 내겠다"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장은 국내 225만 농협조합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등 양대지주는 물론 수십개의 소속 계열사 대표의 인사가 그의 복심에 달려 있다. 조직 분위기도 ‘관료적’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과거 ‘관행에 안주해 조합원인 농민들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비효율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조합원을 위한 고금리 금융상품을 내놓고, 사료와 농약값을 잇따라 인하하는 등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협이 보유한 골프장회원권 108좌 전량을 매각하는 등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해 3월 제23대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한 김병원 회장이 가져 온 ‘놀라운 변화’다.

김 회장은 2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농가 평균소득은 3722만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780만원 대비 64%에 그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기존 조직을 ‘농민을 위한 시스템’으로 탈바꿈하는 한편 각 사업및 계열사별 역할을 결집해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구현하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내비쳤다.


김회장은 이를 위해 농가수취가격 제고, 농업경영비 절감, 농식품부가가치제고, 농외소득원 발굴, 농가소득 간접지원 등 전체 6대 핵심과제, 75개 세부추진항목을 정해 각 부문별로 조직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규소득원을 발굴하고 농촌관광 등 도농교류 프로젝트도 추진중이다. 종자·가축개량 등 농업생산성 향상, 농자재 구매비용 인하, 금융비용 완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농협중앙회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의사결정이 느리고, 보신주의 행태가 존재했다. 수익을 앞세워 농민들과의 상생도 관심 밖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김 회장은 “중앙회장에 당선되니 출근할 때도 전용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움직일 때마다 10여명이 넘는 간부직원들이 수행에 나서곤 했다”며 “조직이 이렇게 관료화되다 보니 농민들을 위한 고민이나 대책이 나오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서울에 위치한 남해화학, 농협케미컬 등 계열사 본사들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했다. 비용대비 효율이 낮은 중앙회 해외사무소들은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 없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중단 없이 밀어붙였다.

무엇보다 ‘농협이념’에 대한 김 회장의 확고한 신념과 오랜 기간 농업현장을 지켜온 내공이 밑천이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해 왔음에도 농협이 농민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은 협동조합의 이념과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농협은 농민과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으로 거듭 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과 동시에 김 회장이 개설한 이념중앙교육원의 전문과정을 거쳐 간 인원만 9개 기수 1400여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임직원 교육과 함께 계열사를 포함한 10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농심(農心)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현장형CEO’다. 주중에 짬이 나면 지방의 농협 영업점을 찾는다. 예고 없이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 들고 가서 격려하는 것이다. 주말이 되면 서울을 벗어나 전국 곳곳의 농업현장을 찾아가 소탈한 만남을 이어간다. 예컨대, 이번 주는 경상도 지역의 과수원에 찾아가 작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다음주엔 충청도 지역의 벼농사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 의견을 경청한 후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해 왔다.

지난 14일 농협 임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9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7년 범농협 전국동시 영농지원 발대식’이나, 기업이나 단체 구성원들을 시골마을과 일대일로 이어주는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캠페인 등은 모두 현장 농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지난 해 10월 결성된 ‘청년여성농업인CEO 중앙연합회’도 김 회장이 현장에서 만는 여성농군들의 활약상과 가능성을 주목해 만든 단체다. 55명의 회원중에는 우리밀로 만든 빵을 팔아 연간 수 억원의 수익을 올린 이도 있고 마을 이장을 맡아 지리산 고르쇠물로 고추장, 된장을 팔아 ‘스타’가 된 여성농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김 회장은 “농업과 농촌은 앞으로 미래산업을 이끄는 주체로서, 국민들의 쉼터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며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앞당겨 농업인은 물론 국민들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