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가치산정 무리했나…ING생명, 일반투자자 외면

ING생명 고평가 논란이 일반공모 청약 미달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한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반공모 청약 미달 물량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소화해 상장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ING생명 청약을 외면해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8일 마감된 ING생명 일반공모 청약은 경쟁률 0.82대 1을 기록했다. 총 670만주 모집에 547만5670주가 접수됐다. 주관사별 청약률은 삼성증권 0.97대 1, 미래에셋대우 0.57대 1, KB증권 0.31대 1로 집계됐다. 청약증거금은 903억원이다.

오는 5월 11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2조7000억원이다.

일반공모 청약 첫날인 지난 27일 경쟁률 0.17대 1을 기록하며 청약 미달 우려가 제기됐다. 둘째 날인 이날도 일반투자자의 수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결국 청약 미달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일반투자자의 수요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해당 물량을 기관투자자가 모두 인수하기로 해 MBK파트너스는 엑시트에 성공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 IPO를 통한 첫 엑시트라는 선례를 남겼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조8000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배당과 인수자금 리파이낸싱으로 일부 자금을 회수했고, 이번 상장과정에서 구주매출로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인수자금 대부분을 이미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주매출 이후 남은 주식은 4850만주(59.1%)로, 공모가 기준 지분가치는 1조6005억원이다. 이는 대부분 MBK파트너스의 투자수익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상장 이후 매각에 나설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최대 2조원에 가까운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자의 부정적 평가와 일반투자자 청약 미달 등을 고려하면 주가 흐름이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로 산정한 ING생명 밸류에이션은 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과 한화생명 (2,915원 ▲5 +0.17%) 사이에 있다. 공모가 기준 ING생명 PBR은 0.65배로, 삼성생명 0.74배보다는 낮고 한화생명 0.54배, 미래에셋생명 0.49배보다 높다.

특히 ING생명은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수요예측 결과 배정주식수 기준 외국 기관투자자의 경쟁률은 3.18대 1을 기록했지만, 국내에선 0.69대 1에 머물렀다.

수요예측 신청가격의 경우 국내 투자자는 희망공모가밴드 최하단인 3만1500원 밑으로 적어낸 비중이 50%를 넘었다.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미래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점, 그동안 국내 생명보험회사 IPO를 통해 수익을 낸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서 가장 최근 상장한 생명보험회사인 미래에셋생명 (5,020원 ▼200 -3.83%)은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현 주가는 공모가보다 약 25% 낮다.

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의 경우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라는 점과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성장 정체, 향후 회계기준 변경 등 여러 난관을 뚫고 상장 절차를 마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ING생명에 대한 국내 시장의 부정적 평가가 향후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