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미 전 FBI 국장에 러 내통의혹 수사 중단 압력"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FBI의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전 국장을 경질한 게 아니냐는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NYT가 소식통에게 전해 들은 코미 전 국장의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코미 국장과 만나 플린 전 보좌관은 잘못한 일이 없다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그(플린)는 좋은 사람"이라며 "나는 당신이 이 일을 그냥 뒀으면 좋겠다"(I hope you can let this go)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조사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맞장구를 놓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미국 법무부와 FBI의 조사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FBI 요원의 메모는 법원에서 믿을 만한 대화의 증거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메모는 코미 전 국장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직후 작성한 것이다. 둘의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만남은 플린 전 보좌관이 사임한 다음날 이뤄졌다. 코미 전 국장은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모든 만남과 전화통화 내용을 기록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날 NYT가 보도한 코미 전 국장의 메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어떤 조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앤드루 맥케이브 FBI 국장 권한대행도 지난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활동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코미 전 국장을 경질했다. 백악관은 당초 코미 전 국장의 경질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무부는 이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