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받던 김부겸·김현미 입각…文 대통령식 '민주당정부' 구현

행정자치부 장관에 지명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발표한 장관 후보자는 4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검증된 인사'를 통해 집권여당이 책임있게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민주당정부' 방향을 드러냈다. 후보자들의 계파와 고향이 제각각인만큼 탕평인사와 함께 차기주자를 육성한다는 의미도 보인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가 내정하거나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장관 후보자는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현직 의원만 발표했다. 위장전입 논란에 검증강도가 높아진 게 한 배경이다.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김부겸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도종환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김현미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김영춘 의원은 각각 재선~4선 의원이다. 그 횟수만큼의 검증을 통과해 왔다. 낙선한 선거까지 포함하면 정치인생 내내 검증을 받아온 셈이다. 청와대도 4인에 대해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등의 사실이 없다고 파악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꾸준히 "민주당 정부"라고 말해온 것이 현역 의원들의 차출을 암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의 대거 입각은 '민주당 정부'란 방향을 보여준다. 현행 헌법 틀 내에서 내각제적 요소도 갖췄다. 각 후보자는 여당의 뒷받침을 통해 문 대통령 국정과제, 관료사회 개혁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와 분권(김부겸 행자부), 서민주거와 가계부채 대책(김현미 국토부), 문화예술(도종환 문화부), 해양수산(김영춘 해수부)에 전문성을 당내에서도 인정 받는 인물들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해양수산부 장관에 지명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전, 건강의 국가 먹거리 시스템 어떻게 만들까'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계파와 지역 탕평 관점에선 도 후보자 외엔 '친노'(친노무현)이되 '비문'(비문재인)으로 분류된다. 김부겸 후보자는 꼬마민주당 시절부터 노 전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동행했다. 김현미 후보자는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언론 관련 노 전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러나 올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선 문 대통령 측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문자와 전화 등을 거세게 받았다. 개헌 관련 문 대통령과 입장이 달랐다는 등의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이들을 품어 통합을 노렸다. 김부겸(경북) 도종환(충북) 김현미(전북) 김영춘(부산) 후보자의 출신 지역도 고르게 안배한 흔적이 있다.

이들이 차기나 차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것인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노 전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권 핵심인사들을 장관에 기용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차기 지도자급을 장관에 앉혀 경험을 쌓게 한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주자급인 김부겸 후보자는 수도권에서 대구로, 김영춘 후보자도 서울서 고향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기며 지역주의 벽에 부딪쳐 왔다. 이 때문에 '제2의 노무현'으로 불렸다. 두 사람은 나란히 한나라당을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5인방' '독수리 5형제' 멤버이기도 하다.

한편 현직 의원 4명을 한꺼번에 차출, 민주당은 4석 감소를 상수로 놓고 상임위 재배정 등에 나선다. '의원장관'이 상임위에 배치는 되지만 사실상 활동은 못한다. 본회의 표결, 의총 참석은 가능하다. 추미애 대표의 인사추천은 여의치 않았던 걸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직 의원 4명 발탁에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대통령의 철학이지, 검증(통과)을 위해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추천 여부에는 "추천은 여러 경로로 받았다"며 "당도 여러 경로중 하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