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미세먼지 협력, 걸음마 단계…실질적 노하우 전수해야"

추장민 KEI 환경전략연구실장/사진=본인제공

동북아 지역이 국가간 대기오염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1990년대 초, 중국 석탄화력발전 증가에 따라 늘어난 아황산가스는 우리나라 산성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성비는 건물 부식, 토양 산성화 등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자 산성비 대신 황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2002년 3월과 4월에는 중국발 황사로 일부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2012년은 동북아 대기오염 문제가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에서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면서 미세먼지 대응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한·중·일 3국은 2013년에 가서야 처음으로 미세먼지 문제에 공동 대응키로 합의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지난 5일 세종국책연구단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만난 추장민 환경전략연구실장은 "(중국과의 미세먼지 대책 논의는)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며 "실무그룹의 역할이 대기질 모니터링 등 예방과 통제에 관한 과학 연구에만 치중돼 있어 정작 미세먼지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나 정책 지원 등은 후순위로 밀려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11개 성 35개 도시와 우리나라 수도권 도시들은 이산화황(SO2), 이산화질소(NO2),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등 6개 대기오염물질 1시간 평균농도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환경과학연구원 등 일부 기관의 연구결과를 공유할 뿐, 정책 조정기능을 갖춘 협력채널은 사실상 미비한 상태다.


추 실장은 "협력사업의 상당부분이 연구사업 등 학술적 성격의 과학·공학에만 집중돼 있다. 대표성을 갖는 규모있는 중장기 협력사업이 부재하다"면서 "미세먼지 측정이나 원인규명 등 과학적 연구와 정책 및 제도협력 분야가 이른바 '패키지 형태'로 같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중국 국내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갈등조정 및 의사결정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PM2.5 기준 초과 도시를 대상으로 현재 미세먼지 농도의 18%(5년간 평균)를 저감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1조7000억위안(30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주요 도시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아직 저감 목표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추 실장은 "가장 큰 걸림돌이 지역간 갈등"이라며 "베이징, 텐진, 허베이 등 주요 도시들이 서로 오염물질을 얼마나 저감할 것인지 분배를 해야 하는데 계속 의견조정에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시 보조금 지원 등 구체적인 대책에서부터 1차 수도권기본계획을 수립할때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지역간 합의를 이뤄냈는지, 실제로 정책을 어떻게 이행했고 모니터링 했는지, 실질적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동북아 대기오염물질 감축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플러스 협약'을 제시했다. 협약 당사국간 자율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국제사회에 이행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파리협약 감축 메커니즘'을 응용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도시가 목표량 보다 더 많이 감축하면 그만큼 우리가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주장이다.

추 실장은 "동북아 지역은 외교·안보·역사·영토 문제가 환경·경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동북아 패러독스'에 빠져 있다"면서 "이를 극복할 방법은 미세먼지 문제를 글로벌화 하는 방법 밖에 없다. 감축 현황을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기술·인력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