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2년만에 입찰… 정유업계 또 울며 겨자먹나

정부가 이달 중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 입찰공고를 낼 것으로 전망돼 정유업계가 2년 만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로서는 최저가 입찰제인 알뜰주유소가 별다른 수익성이 없는 장사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마당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 분위기다.

또 알뜰주유소 사업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퍼지는 등 경유세 인상 논의와 맞물려 정유업계 내에서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8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입찰공고를 내고 새 유류공급사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주유소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2012년 기름값을 잡겠다는 취지로 처음 시작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에서 대량으로 공동 구매한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사은품 등 부대 서비스 등을 줄여 기름값을 일반주유소보다 낮추는 방식이었다. 알뜰주유소는 2012년 884곳에서 지난해 1168곳까지 증가했다. 전국 전체 주유소의 약 10%가 알뜰주유소인 셈이다.

시행한지 5년이 넘었지만 알뜰주유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논란이 가장 큰 부분은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에게만 일반주유소가 못 받는 특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제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2013년까지 법인세·소득세 20% 감면을, 재산세는 50% 감면 혜택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시설개선 비용은 최대 3000만원, 주유소 운영자금은 저리로 대출해주는 등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정부의 알뜰주유소 직접 지원 금액은 총 15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반주유소 사업자들로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일반주유소가 경쟁에서 밀려 폐업하는 경우도 많다. 알뜰주유소가 늘 동안 일반주유소는 2012년 1만3227곳에서 지난해 1만2645개로 4% 줄었고,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4년 기준 1.8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유업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류공급사 입찰에 2012년부터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와 한화토탈까지 매년 돌아가며 참여하긴 했지만 최저가 입찰인 탓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이다.

또 정유업계로서는 내수 판매량의 10%에 해당하는 석유제품을 계약기간(2년) 동안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느라 국제유가 변동 등 시장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는 소문도 있고, 유류세 인상 논의가 진행되는 데다 산업부 장관도 미정된 상태에서 알뜰주유소 입찰공고가 뜬다고 하니 업계 불안이 큰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알뜰주유소 정책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가는 상황에서 처음 나왔는데, 현재는 40~50달러에 불가한 저유가 시대인데도 똑같은 정책을 쓰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정서"라고 강조했다.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주변 주유소와의 경쟁을 통해 리터당 100원 이상 기름값을 낮추는 것이 목표였지만 올해 3월 기준 알뜰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31원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가 서울에 단 9곳에 불과할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불편사항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