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자 학사비리' 98% 사실상 무징계…솜방망이 논란

올해 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체육특기자 학사비리'와 관련해 처분대상자의 98%가 사실상 무징계인 경고와 주의 조치를 받아 솜방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스스로 과거부터 이어져온 관행이라며 처분대상자들에게 이같은 징계 조치를 내려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100명 이상이 재학중인 17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학사관리 실태 조사 처분 결과 △학사경고 누적자 미제적 △프로 구단 입단자 출결관리 및 성적부여 부적정 △시험·과제물 대리작성 △일반적인 출결관리·성적부여 부적정 등에서 모두 87건의 학사관리 부적정 사례가 나왔다고 28일 밝혔다.


교육부는 학칙을 위반해 학사경고 누적자를 제적조치 하지 않은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4개 학교에 기관경고와 함께 2018학년도 체육특기자 모집정원의 5%(한양대·성균관대), 10%(연세대·고려대)를 2019학년도에 모집 정지키로 했다. 또 출결 등 학사관리 부실과 관련해 교수·강사 502명에 대해서는 중징계와 수사 의뢰, 경징계, 경고, 주의 조치하고, 직원 4명은 경고·주의 처분키로 했다. 학생 458명은 학점취소 등 규정에 따라 성적을 다시 부여하고 시험대리 응시 등 부정행위를 한 학생에 대해선 자체 규정에 따라 징계토록 요구했다.

강병구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고의나 중과실, 기존 관행에 따른 단순 부적정 등 사안의 경중, 기존 학사관련 감사지적 사항에 대한 처분 사례 등 형평성을 고려해 감사처분심의회에서 처분 수위를 정했다"며 "행정제재는 행정처분위원회의 별도심의를 거쳐 심의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날 학사관리 부적정 학교·학생 등에게 기관경고와 행정제재 처분안을 내놨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징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로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신분상 처분조치 대상 교직원 총 604명(중복인원 포함) 가운데 98.3%인 594명이 사실상 무징계에 해당하는 경고·주의를 받았고 학생 총 528명(중복인원 포함) 가운데 97.5%인 515명이 학점 취소 등 성적재부여 조치만 내려졌다. 특히 기관경고를 받는 대학에 대한 모집정지 대상 인원은 연세대 4명, 고려대 3명, 성균관대 1명에 불과하고, 한양대는 한 명도 없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정해진 행정처분 세부 기준에 따라 '총 입학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모집정지'를 할 수 있지만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모집정원'으로 축소·적용해 처분을 내렸다"며 "이는 지난 정유라·장시호 학사비리 이후 대학 학사운영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조치"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말까지 각 대학과 처분대상자로부터 감사규정에 따라 재심의신청을 받고 오는 9월 최종 처분을 확정한다. 또 올해 말까지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세부 내용과 기준·운영지침 등을 담은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대학에 안내할 예정이다.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점검 대학별 처분안(자료: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