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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괴로워도, '존엄한 죽음'을 죽도록 얘기하자

[신혜선이 만난 사람들]<8> 최철주 "잘죽는 게 잘사는 마지막"…최호선 "죽음의 고통을 재사회화할 수 있게"

머니투데이 신혜선 VIP뉴스부장 겸 국제경제부장 |입력 : 2017.07.08 03:10|조회 : 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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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성격의) 죽음을 얘기하려 한다.

예고된 죽음. 그 죽음(Death)에는 ‘죽어 감’(dying)이 포함된다. ‘(암) 말기’ 판정을 받은 가까운 이가 있는가. 죽음에 이르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당사자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보이는가. ‘예고 받은’ 터인데, 그만큼 죽음에 잘 응대하는가. 죽음은 원래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웰 다잉’(잘 죽는 것)의 전도사로 불리는 최철주 칼럼니스트(76)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훈련받지 않아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아서 예고된 죽음에도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웰빙’에 환호하죠? 웰 다잉은 그 웰빙에 포함됩니다. 생각해보세요. 마지막, 잘 죽(어가)는 게 잘산 최종 결과물 아닌가요?”

예고되지 않은 죽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사망률 1위는 교통사고다. 세상에는 아직 예고되지 않은 죽음은 더 많다는 거다. 지하철, 다리, 백화점, 배. 대한민국은 잊을만하면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세월호 침몰도 그런 사고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토록 세월호 참사에 몸부림하는 걸까.

“다수가 아이들이었다는 점 외에도 (죽어가는 모습이 생중계되는 등) 목숨을 잃는 과정의 폭력성이 과거 어떤 참사하고도 달랐다고 봅니다. 엉터리 수습과정과 거기서 직간접으로 경험한 극단적인 공감과 분노, 비탄. 이 모든 게 다른 참사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진 거죠.” 사건 직후부터 시신을 수습하며 자원봉사를 한 최호선 고민상담소 블턱 대표(50)는 국가의 비정한 대응에 분노하면서 유가족들의 사회복귀와 심리 치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죽음을 얘기하는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었다. 예고된 죽음이든 불의의 사고든 평소에,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곁에 두어야 한다는 데 이들은 공감했다.


# “멋진 삶을 꿈꾼다고요? ‘죽어감’을 그 안에 포함하세요.”

'웰 다잉'의 전도사로 불리는 최철주 칼럼니스트(76)는 '웰 다잉'이 '웰빙'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웰 다잉'의 전도사로 불리는 최철주 칼럼니스트(76)는 '웰 다잉'이 '웰빙'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최철주 선생은 부인과 딸을 먼저 보냈다. 지금은 연명치료 거부를 인정하는, 존엄한 죽음을 택할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1세대가 됐다.

“딸이 34살이었어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딸이 그러데요.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중환자실에 보내지 말라고. 그리고는 입원 병원에서 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1기)’ 강좌를 들어보라고 합디다. 2개월 과정을 들었죠. 저는 지금 딸의 못다 한 청춘 일부를 대신 살고 있습니다. 딸이 원한 것을 실천하면서요.”

그 실천은 무엇일까. 내년 2월에 정식 발효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연명의료결정법)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이 법 제1장 제1조(목적)는 그 실천 명제다. ‘이 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보다 앞서 오는 8월 4일에 이 법에 근거해 ‘호스피스’(완화 의료) 조항이 먼저 시행된다.

연명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법으로 인정되고, 통증을 최대한 완화하는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병의 범위가 암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강경화 말기환자 등으로 확대되는 게 핵심이다. 더 많은 환자가 통증 완화 치료를 할 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법안은 2009년 발의돼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실은 15년 정도 걸렸다고 봐야 합니다. 당사자가 연명치료(심폐소생술 등 중환자실의 여러 연명 의료 기기 사용)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도 의식불명 상황이 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연명치료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법이 발효되면 개인의 선택이 법으로 보장받는 거죠. ”

죽을만큼 괴로워도, '존엄한 죽음'을 죽도록 얘기하자

말기 판정 앞에 누구는 항암치료를 선택하고, 누구는 수술한다. 문제는 의식불명 사태가 됐을 때다. “무조건 살린다는 명분으로 온갖 ‘처치’를 합니다. 환자가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다고 해서 환자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해서 목숨을 유지하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요. 싫다면요.”

최 선생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논의하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을 개탄한다. “부모를 병원 중환자실에 꽁꽁 묶어두는 게 효도의 다가 아닙니다. 그렇게 부모를 보내면 무형의 자산으로 남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자식들이 지치고 상처 입어서 장례 후 얼굴을 안 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최 선생은 죽음도 잘 사는 법의 연장선에서 봐야 하고, 잘 죽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죽음이야말로 가족이 희망을 안고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가족에게 남기는 훌륭한 자산이 된다는 것.

최 선생은 2012년 타계한 강영우 박사(전 백악관 차관보, 국가장애위원회 위원) 예를 들었다. 강 전 차관보는 투병 중 자기 죽음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작별 인사를 미리 했다. 여러분으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다고.

최철주 선생은 죽음도 잘 사는 법의 연장선에서 봐야 하고, 잘 죽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최철주 선생은 죽음도 잘 사는 법의 연장선에서 봐야 하고, 잘 죽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우리 사회 지도자, 리더라고 하는 이들 중 멋지게 죽음을 맞이한 사례가 있던가요? 마지막에 대부분 연명치료에 매달려있었습니다. 그것만이 정답이냐는 거죠.”

미국 주요 도시에 있는 책방에는 ‘Death&dying’ 코너가 대부분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 동화책에서도 학교에서도 죽음을 가르칩니다. 책상 위 꽃병 속 꽃도 시들고, 반려견도 개의 생애 주기에 따라 언젠간 죽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그렇게 모든 생물은 유한한 존재임을 설명하죠. 불의의 사고 역시 설명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공부하니 그들은 어떤 종류의 죽음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와 다릅니다. 하다못해 ‘부고’를 보세요. 그들의 부고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잠들었다’는 식의 문장이 꼭 들어갑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일상에서 죽음을 얘기하고 있나요?”

최 선생은 법 발효를 계기로 많은 시민이 연명치료에 관심을 두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길 바란다. 그리고 꼭 문서로 자기 의사를 남길 것도 권한다.

“신약도 개발되고,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요. 바꾸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연명치료를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시작으로 죽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살아서 정하면 사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사람이라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존엄을 보장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살 때까지 살고 죽을 때 죽어야 하지 않느냐 이 말입니다.”

# “폭력적인 죽음을 경험한 이들의 일상 복귀,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돼”

하루 아침에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는 '폭력적인 죽음'을 겪었다. 이를 지켜본 다수 국민들도 상처를 입었다. 이들에게 이성적인 애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최호선 대표는 &quot;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자신감을 잃은 사고 가족들에게 치유와 위로는 물론 일상으로 복귀를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quot;고 강조했다. &lt;사진 최호선 제공&gt;
하루 아침에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는 '폭력적인 죽음'을 겪었다. 이를 지켜본 다수 국민들도 상처를 입었다. 이들에게 이성적인 애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최호선 대표는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자신감을 잃은 사고 가족들에게 치유와 위로는 물론 일상으로 복귀를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최호선 제공>
예고된 죽음 앞에서도 쩔쩔매는 게 우리다. 하물며 뜻밖의 사고로 인한 죽음에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란. 이런 죽음의 몫은 죽은 이의 문제만이 아닌 남겨진 자들의 것이 더 크다. 살아남은 자들의 치유와 위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자신감을 잃었다는 게 젤 큰 문제죠. 사건을 겪은 가족들만이 아니에요. 심지어 목회자(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중에서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어요. 목회자니까 시신 수습도 잘하고 타인의 상처를 잘 다독일 것이다? 착각이에요.”

세월호 참사 때 자원봉사를 한 최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국민을 위로해야 할 정부가 부재했음이 사실로 확인됐을 때 최 대표도 ‘방바닥을 기어 다니며 울었다’고 한다. 십여 년 전 선박 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 극복 과정에서 장례지도사 자격증까지 따면서 어떤 죽음과도 대면할 수 있을 만큼 용기를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스스로 눌러놓은 무언가가 분출한 것이다.

참사 1년이 지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외에도 유가족들의 심리적 치유와 일상으로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강조해온 그였지만 마음의 병을 얻긴 매한가지였다. “2014년 팽목항에는 전문가는커녕 시스템이 없는, 한마디로 국가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는 자원봉사자일 뿐인데 선을 긋지 못했죠.”

최 대표가 전하는 당시 상황의 한 예. 시신을 겨우 수습(?)해 침상에 눕혔다. 그리고 나면 소속이 다른 다섯 명(처음엔 일곱 명이었다)의 공무원이 와 큰 카메라로 플래시를 터뜨리며 시신을 촬영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그들은 ‘뭐든 했다’는 근거를 남겨야 했다.

아침에 “재미있게 놀다 와”라는 인사를 한 부모가 영영 자식을 잃고, 이따위 수습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장작 3년을 거리에서 보냈다. 국가는 이들의 일상의 복귀와 치유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줬을까. 살아있기를 바라던 희망이 차라리 시신이라도 수습해 유가족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변해가는 동안, 자존감은커녕 삶의 이유마저 줄어드는데 말이다.

“엽서를 만들고, 감정을 정리해 자신들의 언어로 현수막을 만드는 일 같은 건 작은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우울증보다 더 무서운 게 조울증이에요. ‘조증’ 상태에서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남은 가족(아이들)은 또 어떻게 하고요.”

예기치 않은 죽음에 대처법은 없다.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모습임을 훈련받지 않은 시민들에게, 국가가 이렇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처참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이성적인 대응이나 차분한 애도를 기대하는 게 뻔뻔하다.

“그래도 극복해야죠. 저는 장례를 치를 때 아이가 가장 행복했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쓰자고 했습니다. 아름답던 추억을 공유하면서 보내는 게 그나마 최선이니까. 죽은 이가 어떤 이였는지 알리고, 그의 삶을 제대로 기념하고 추억해야 남은 가족도 위로받고 상처가 아물 수 있습니다.”

최호선 대표는 &quot;어떤 종류의 죽음도 남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quot;고 말했다.
최호선 대표는 "어떤 종류의 죽음도 남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 않다. 시작부터 너무 비틀어졌다. “어떤 종류의 죽음도 남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합니다.”

극복 사례로 본다면 가까운 이와 사별 경험을 한 이중 공부를 하거나 종교에 심취한 경우가 있다. 가장 안 좋은 경우가 ‘중독’이다. 심리적 알리바이가 필요하니 무언가에 빠져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최 대표는 공부와 더불어 해외 아동 돕기를 택한 경우다. 최 대표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이더라도 잘 극복하면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게 된다”며 “재사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승화해서 ‘자기효능감’을 극대화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돕자는 거다.

얼마 전 모 학교 수학여행에 119구급대원이 동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수학여행에서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셈이죠. 사회적 비용으로도 일상의 우리 의식으로도 그게 맞는 거죠?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우리의 작은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 찾지 못한 다섯 명의 시신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폭력적인 사별을 경험한 이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개인의 노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이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참사로 인한 죽음을 극복하고 상처받은 모두를 위로하는 길에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죽을만큼 괴로워도, '존엄한 죽음'을 죽도록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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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zon4ram  | 2017.07.08 17:44

과학의 오류와 종교의 모순을 바로잡으면서 우주를 새롭게 해석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출간됐다. 그런데 과학자와 종교 학자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저명인사들에게 이 책에 대한 의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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