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전 미국 집 사자…외국인 美 부동산 투자 역대최고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의 한 주택 앞에 판매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다. 최근 달러 강세 기조에도 미국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FPBBNews=뉴스1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반대와 달러 강세 기조에도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크게 늘었다. ‘큰손’인 중국인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투자도 급증했다. 본격적인 이민 규제 강화 이전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전국부동산협회(NAR)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가 1년 전보다 49% 급등한 1530억 달러(약 171조7884억 원)라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15년의 1039억 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가구 수 기준으로는 32% 증가한 28만4455가구로 이 기간 미국 전체 주택거래의 5%에 달했다.

CNBC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미국 주택 투자가 급증한 것은 놀라운 결과"라며 "(미국 부동산의)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달러 강세로 인한) 비용 상승보다 분명 더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최대 큰손은 역시 중국인이었다. 4만572가구, 317억 달러어치의 주택을 쇼핑했다. 이어 캐나다, 영국, 멕시코, 인도 순으로 투자 규모가 컸다.

캐나다인들의 미국 주택 구매는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89억 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190억 달러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밴쿠버·토론토 등 주요 도시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를 팔고 대신 미국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론토의 부동산중개인 엘리 데이비스는 "캐나다 주요 도시 집값은 10~15년간 크게 올라 200만 달러를 넘어섰다"며 "베이비붐 세대 중에 캐나다 집을 팔고 미국 플로리다의 더 저렴한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강화된 이민정책을 실행하기 전 미국 주택 사재기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주택 구입이 93억 달러에 달했다.

NAR 미디어담당자인 아담 드상티스는 “미국의 새로운 이민정책 시행 전 (미리 부동산에 투자해 놓으려는) 멕시코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멕시코 투자자들의 평균 미국 주택 구입가는 32만7000 달러로 중국(78만2000 달러), 캐나다(56만1000 달러) 등과 비교해 낮았다.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향후 계속 늘지는 미지수다.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미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고 있고, 중국 등 각국 정부가 자본 해외 유출 감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윤 NAR 수석연구원은 "외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트럼프 정부의 이민·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이 미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