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협회 "가맹 갑질 반성…3~5개월 자정기간 달라"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왼쪽 네번째)과 임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근절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과 관련해 모두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프랜차이즈 본부를 '악의 축'으로 취급하는 것은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공정위에 공식 만남을 제안했다.

아울러 최근 불거진 문제를 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3~5개월 간 실태 조사에 대한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랜차이즈 산업인은 공정위가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과 질타가 과거 우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머리 숙여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전날 공정위는 가맹분야의 고질적인 '갑을(甲乙)'관계를 해소하겠다며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상세 내역, 마진규모 등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프랜차이즈협회 측은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연구해온 방향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겸허히 수용한다"며 "그동안 빚어졌던 '갑질 논란'은 미비한 시스템과 과거 관행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계기로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정위의 대책 발표가 프랜차이즈산업 선진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의 잘못으로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자칫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가맹본사는 악의 축, 가맹점주는 선의 축이라는 규정짓는 이분법적 사고가 위험하다며 프랜차이즈의 순기능도 돌아볼 것을 강조했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 회장은 "연 200조 매출을 기록하는 삼성전자는 1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은 100조원 매출로 12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들에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듯,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자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읍소했다.

구체적으로 5개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와 하반기에 진행 예정인 피자·치킨·분식·제빵 등 외식업종 주요 50개 브랜드에 대한 일제 점검을 3~5개월 가량 늦춰달라는 요청이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MP그룹과 호식이치킨을 회원사에서 제명하는 한편, 지난 12일 '윤리경영선언 선포식'에서 정도경영을 다짐하는 등 업계도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박 회장은 "김 위원장과 프랜차이즈 산업인들이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만남의 기회를 줄 것을 부탁한다"며 "환골탈태하는 각오로 혁신해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K-프랜차이즈'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 대책 중 업계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진 마진 공개와 대해서는 "기업별로 온도 차가 있지만 일단 마진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대신 가맹본부가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 태동기에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는 구호를 앞세워 가맹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이 있다보니 나중에 로열티를 도입하기 어려워졌고 대신 물류 마진을 남기는 방식이 잘못 정착됐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프랜차이즈가 활용하고 있는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고, 중간마진을 모두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