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뚜기, 고맙지만 부담" 함영준 오뚜기 회장, 고민 커지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왼쪽 두번째) 오뚜기 회장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뚜기 (413,000원 ▼15,500 -3.62%)가 '갓(God)뚜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갓뚜기' 칭송 덕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간담회에 초청받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는 법. '착한 기업 컴플렉스'에 빠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감사하다, 부담스럽다' 발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업인들과의 '호프 타임'을 시작으로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오뚜기는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참석했다. 재계 100위 밖의 오뚜기가 15대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별명 '갓뚜기'의 힘이 컸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선정 배경에 대해 "오뚜기가 워낙 좋은 회사로 알려져 있어서 선정했다"며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간담회에 참석할 기업을 선정하는데 그쪽에서 이런 기업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덕분에 주가도 올랐다. 오뚜기 주식은 간담회 참석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24일 전날대비 5만4000원(7.25%) 상승한 79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행사날(27일)도 1.26% 올랐다.

문 대통령도 갓뚜기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간담회 자리에서 함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칭찬이 거듭되자 함 회장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감사하다"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협력사와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해 상생을 실천하겠다"고도 부연했다. 현재 20~30개 수준인 협력업체 숫자를 더욱 늘리고, 계약관계도 지속해 함께 성장하며 '착한 기업' 행보를 지속한다는 뜻이다.

'갓뚜기' 별명 덕에 예상치 못한 호사를 누렸지만 오뚜기는 이 상황이 썩 달갑지는 않다. 사회적 기업이 아닌, 영리법인이 '착한 기업' 프레임에 갇힌 후 나타날 부작용 때문이다. 함 회장이 갓뚜기 칭찬에 고맙다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럽다"를 연발한 까닭이다.

당장 경제개혁연대는 오뚜기가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오뚜기의 내부거래, 순환출자 구조 등을 지적하는 자료를 냈다.

지난해 오뚜기라면은 매출액 5913억원을 달성했는데, 이중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이 5892억원으로 99.64%에 달한다. 오뚜기라면은 오뚜기,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오뚜기SF, 오뚜기냉동식품 등과 거래해 돈을 벌었다.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35.63%)이다.

오뚜기라면뿐만 아니라 오뚜기물류서비스(72.6%), 오뚜기SF(63.9%), 상미식품(97.6%), 알디에스(86.4%)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그러나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해서만 해당돼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오뚜기 자산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약 1조6000억원이다. 순환출자 문제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통제돼야 한다"며 "오뚜기가 진정 '갓뚜기'가 되려면 일감 몰아주기를 자체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갓뚜기'로 인한 '착한 기업' 이미지 때문에 가격을 쉽게 못 올리는 것도 애로점이다. 지난 1분기 오뚜기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지난해 삼양식품과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할 때 동참하지 않은데다, 히트상품 '진짬뽕' 인기까지 시들해지면서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것이다. 언젠가는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갓뚜기'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게다가 '갓뚜기'로 명성을 타면서 은둔의 경영자 스타일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보수적인 식품업계 특성상 그동안 함 회장은 물론,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도 대중 앞에 나서는 걸 꺼려왔다. 함 회장이 2000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