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고친다…방통위, 해외 사업자 역차별 방지책 마련 착수

방송통신위원회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불공정 경쟁 행위 조사 및 규제 집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마련에 착수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기업들의 불공정 경쟁 행위 및 실정법 위반 논란이 대두돼왔지만, 본사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로 사실상 방치돼왔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 능력 확보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방통위는 올 연말까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사업자들의 불법 행위와 불공정 시장경쟁 행위, 사업자간 분쟁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법 체계와 지리적·물리적인 한계로 조사나 제재 이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사업자들은 모바일 시대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동일 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사업 규제를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적용하는 건 문제가 많다며 규제 역차별론을 제기해왔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나 이스라엘 콜앱(발신자 확인 애플리케이션)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 등이 잇따르면서 국내-해외 사업자간 불공평 규제 문제는 업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올 초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망 접속 대가 등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접속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불편을 겪었다. 이에 방통위는 일부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아 금지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고 조만간 사실 조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사실 조사는 법 위반 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진행한다. 자료 제출 의무화 등 다소 강제력이 있지만 해외에 본사를 둔 페이스북을 상대로 현장 조사진행 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방통위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콜앱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자료 요청, 조사, 위법 판단, 시정조치까지 장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고육지책으로 구글 코리아에 요청해 해당 앱 다운로드를 플레이스토어에서 우선 차단했다. 하지만 국내 사무소조차 없는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 전기통신사업법 등 금지행위 등 해외 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례들 중심으로 규제를 적용할 때 실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는 방송·통신에 이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규제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통신사나 포털, 앱마켓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 제정안(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을 최종 확정했다.

이 참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제기해왔던 해외 사업자들의 규제 형평성 논란도 함께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국내 인터넷 기업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려면 국내 법규가 국내·외 사업자간 차별없이 집행돼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사 전문인력의 확충, 국가간 공조·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