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회고록서 “DJ는 사정의 칼, 朴은 탄핵의 책임 당사자”

이회창(82) 전 한나라당 총재는 22일 출간하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DJ(김대중)는 사정의 칼을 휘둘렀고, 박근혜 탄핵의 주된 책임은 박 전 대통령 자신”이라고 밝혔다.

3년간 육필로 작성한 회고록에서 이 전 총재는 대법관에서 국무총리, 한나라당 총재에 이르기까지 입법·사법·행정부를 두루 거치며 경험한 한국 현대사의 치열한 정치공방과 중상모략 등 숨겨진 일화를 공개했다.


YS(김영삼)의 요청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이 전 총재는 “보수주의가 지녀야 할 가치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가치이며 그 가치의 기초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라며 이를 정치적 신념으로 삼았다.

이 전 총재는 보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과거 좌파가 선호해 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에 저촉되지 않다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전 총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과 보수주의까지 싸잡아 비판 대상이 된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고 했다.


그가 야당 총재였던 시절에 잘못 알려진 현대사의 이면에 대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설명했다. 이 전 총재에게 불어 닥친 역경의 요인들로 DJ 사정의 칼, 의원 빼가기,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정 기습처리, 국회 날치기 처리 등이 거론됐다. 또 대선 패배의 요인에 여당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폭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보수적 가치와 상반되는 DJ의 햇볕정책에 대해선 “보수는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부정하는 북한체제를 변화시켜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으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폐기 및 체제 개방과 연계시키는 상호주의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고록은 1, 권으로 구성됐다. 1권(440쪽)은 ‘대쪽 판사’, ‘따뜻한 보수’로 불린 그의 올곧은 성품을 보여주는 유년 시절의 삶을 담았다. 학창 시절 불필요한 농담으로 수업 시간을 때운 선생님에게 항의한 일, 젊은 남녀를 희롱하던 깡패와 맞서다 코뼈가 부러진 일화를 통해 정의와 원칙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아버지가 공산당의 ‘프락치 검사’로 투옥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힌 현장을 목격한 뒤 이 전 총재는 이를 삶과 정치의 가장 큰 가치로 삼았다.

2권(600쪽)에서는 정치인으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이 실렸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 맞서 ‘3김 청산’을 내세우며 벌였던 치열한 정치공방, 대통령 후보로서 당해야만 했던 중상모략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이 전 총재는 “대선에 패배해 패자가 되면서 패자인 야당의 역사는 역사의 기록에서 실종되고 기억조차 되지 않았다”며 “뒷날의 공평한 역사 평가나 역사를 제대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이 회고록을 쓰게 된 배경”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