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큰 별' 강진구 전 회장 떠난 날…'대선배' 뜻 기린 삼성맨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한국 전자업계의 산증인이자 '반도체 코리아'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 강진구 전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삼성전기 (146,200원 ▲1,700 +1.18%) 회장의 마지막 길은 삼성그룹 전·현직 경영진과 반도체 업계의 OB(올드보이) 등 산업계 인사들이 함께하며 고인이 된 그를 추모했다.

지난 21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지하 1층 14호실에는 오전부터 그를 추모하려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은 1995년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 당시 첫 번째 헌액된 인물이지만, 장례는 회사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날 오후에는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과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등 현재 삼성전자를 이끄는 3명의 대표이사가 빈소를 찾아 대선배인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정칠희(삼성종합기술원장)·전동수(의료기기사업부장)·김영기(네트워크사업부장)·김현석(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인용(커뮤니케이션팀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도 이날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오전 빈소에는 1965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수빈 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 회장과 1997년 삼성그룹 인사팀장을 지낸 노인식 전 삼성중공업 (9,850원 ▲380 +4.01%)·에스원 (61,700원 ▼700 -1.12%) 사장도 눈에 띄었다. 조문이 시작된 첫날인 20일에는 삼성 계열사 중 이윤태 현 삼성전기 사장과 전영현 현 삼성SDI (408,500원 ▼5,000 -1.21%) 사장이 빈소를 방문했다.

반도체 업계 OB 중에서는 황창규 현 KT (34,500원 ▲400 +1.17%) 회장이 이날 늦게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22일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추도객들이 발길은 이어졌다.

강 전 회장의 빈소를 찾은 전·현직 산업계 인사들은 하나 같이 말을 아꼈지만, 고인에 대한 존경심을 각자 표시하며 그를 기렸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발인(23일) 때까지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일일이 안내하는 등 대선배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위해 허허벌판이었던 기흥의 반도체 단지를 장마철에는 장화를 신고 직접 돌아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일찍이 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한발 앞서 내다보고 해외에 생산공장을 일구는 등 삼성전자를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드신 분"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1927년 경북 영주 출생인 강 전 회장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공대 전자과를 졸업했다. KBS와 미8군 방송국,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를 거쳐 1973년 삼성전자 상무로 전자산업에 첫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