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정원 댓글' 30여곳 압수수색…'대선개입' 혐의도 적용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직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 운용한 '댓글부대'와 관련해 수사팀을 꾸린 지 하루만인 이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사진=뉴스1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 고용돼 인터넷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른바 '사이버 외곽팀'의 민간인 팀장과 관련 단체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이 수사를 의뢰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강제수사에 돌입하며 '국정원 댓글사건'의 고강도 재수사를 예고했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사이버 외곽팀장 김모씨의 집과 양지회, 늘푸른희망연대 등 관련 단체 사무실을 포함해 총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오전 5시쯤 종료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국정원이 수사를 의뢰한 김씨 등 신원이 파악된 사이버 외곽팀장들의 주거지 20여곳과 이들이 소속된 국정원 퇴직자 친목단체인 양지회 사무실, '이명박과 아줌마부대'의 후신 늘푸른희망연대 등 관련 단체의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양지회를 제외하면 모두 2007년 대선 전후로 만들어져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활동을 한 보수 성향 단체들이다.


국정원은 지난 21일 김씨 등 30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민간인을 중심으로 한 30여개의 외곽팀을 운영하며 국정원 예산으로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검찰은 외곽팀 운영에 국정원 예산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횡령·배임·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미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원 전 원장을 별도의 재판에 넘기려면 이를 제외한 다른 혐의가 포착돼야 한다.

검찰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 외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이날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범죄 혐의 항목에 공직선거법 위반을 주된 범죄 혐의로 적시했다. 원 전 원장과 외곽팀장의 공모 관계 성립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는 사이버 외곽팀이 2012년 한해 동안 사용한 국정원 예산이 3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기간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전용된 예산은 이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이번 수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등 원 전 원장의 윗선으로까지 뻗어나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사이버 외곽팀원은 대부분 별도의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자유주의진보연합, 선진미래연대, 자유한국연합, 늘푸른희망연대, 애국연합, 양지회 등의 단체에도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