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아이폰 X, 999달러짜리 혁신은 어디에?"...속타는 애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파크 내 스티브잡스시에터에서 열린 연례 제품발표회에서 아이폰X를 비롯해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애플 와치, 애플 TV 4K 등 신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 모델 ‘아이폰X’ 등 신제품을 공개한 이후 속을 태우고 있다. 제품 발표 이후 주가는 내려가고, 월가에선 아이폰 X가 99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상응하는 혁신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부정적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애플 주식은 이날 전일대비 0.4% 떨어진 160.86달러로 장을 마쳤다. 신제품 발표회를 앞두고 최고 164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던 주가가 정작 신제품 발표 당일부터 이틀간 하락했다.


애플은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파크 내 스티브잡스시에터에서 연례 제품발표회를 열고 아이폰X를 비롯해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애플 와치, 애플 TV 4K 등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월가 분석가들의 초기 반응은 비관에서 환호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실망스럽다는 부정적 반응이 더 크다.

앤디 하그리브스가 이끄는 키방크캐피털마켓츠 분석팀은 "애플 제품발표회는 거의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분석팀은 "애플 와치의 기능과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의 가격 인상에 긍정적으로 놀랐지만, 아이폰 X에 999달러의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확장된 기능이 없다는 점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견해로는 아이폰 X는 실망스럽고, 애플이 향후 업그레이드(신제품으로의 기기전환) 활동에서 고전할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모바일 사용자들이 앞으로 애플 신제품을 사지 않는 대신 기존에 쓰던 폰은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대다수 분석가들이 기록적인 구형 아이폰 사용자수 등으로 인해 애플의 신제품 출시 이후 슈퍼사이클(대규모 기기전환) 가능성을 강조해온 것과는 배치된다.
키방크는 신제품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 애플에 대해 투자의견 ‘업종평균’ 또는 ‘중립’을 제시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여전히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아밋 다리아나니가 이끄는 RBC캐피털마케츠의 분석팀은 "올해 발표회는 제품 측면에서 수년내 가장 기대되는 제품발표 중 하나였고, 애플은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팀은 "우리는 새로운 폼팩터와 플래그십 모델에 추가된 무선충전, 증가현실(AR), 3D센싱 등 새로운 기능들이 경쟁사 제품 사용자들의 전환 증가와 함께 애플 사용자들의 기기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 X는 11월 3일 출시될 예정이다. 당초 예상보다는 늦은 시기다. 이는 또한 애플 실적에 아이폰X 효과가 예상보다 늦게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이폰 X 등 최신 아이폰에 대한 증가된 수요가 있을 것이며, 최근 몇 년내 가장 강력한 아이폰 사이클(기기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RBC 분석팀은 덧붙였다.

RBC 분석팀은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시장수익률 상회’ 또는 ‘매수’를 제시했다. 또 목표가는 현주가 대비 12% 높은 180달러를 제시했다.

다른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애플 제품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하면서 애플 제품발표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이폰 X 등 애플폰이 혁신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포지션을 취하기보다는 수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홀거 뮬러 콘스텔레이션리서치 수석분석가는 "애플은 혁신적 스마트폰을 내놓는데 실패했고, ‘아이폰X는 첫 아이폰 이후 가장 큰 도약’이라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말과는 반대로 주가는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거의 모든 혁신은 경쟁사, 특히 삼성이 보여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