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보다 센 예대율?..가계대출 억제 효과 크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가계대출 쏠림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규제 개편을 검토 중인 가운데 예대율이 가장 정책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자본비율 개편의 1순위로 예대율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들이 생산적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손쉬운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영업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규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인 ‘생산적 금융’ 강화 방안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업권별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종 방안은 연내 발표된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쏠림을 잡고 기업대출을 확대할 방안으론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산정시 위험가중치 조정, 예대율 산정시 가중치 도입, 특정 부문의 대출 급증시 추가 자본적립 등이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금융권에선 이중 예대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예대율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로 100%가 규제비율이다. 현재는 가계대출이든, 기업대출이든 똑같이 원화대출금에 반영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가중치를 신설해 차등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령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은 110%, 기업대출은 90%를 반영하는 식이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은행들의 가계대출 쏠림현상을 잡는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각 은행별 예대율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은행권의 예대율 평균은 96.5%, 시중은행만 놓고 보면 9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잔액을 활용해 가계대출에 110%, 기업대출에 90%의 가중치를 부여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예대율은 평균 99.6%로 오른다. 한도(100%)에 육박해 예금을 늘리지 않으면 사실상 대출을 늘릴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은행들의 예대율은 규제비율에 약간의 여유만 있는 수준”이라며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할 경우 가계대출을 더 늘리지 않거나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면 예대율은 공급을 조절하는 대책인 셈이다.


예대율을 지키지 못했다고 직접적으로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예대율을 지키지 못한 사실을 공시하고 시정계획을 제출하면 된다. 금융당국 “은행들이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평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대율 규제 도입 이후 준수하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예대율이 100%를 넘는 은행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대율에 대한 가중치 도입은 국제적 기준에 맞춰 금융규제를 정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본 방침에는 역행한다는 문제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자본규제 개편 TF를 발족하면서 “금융규제의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대율은 은행들이 예금보다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 단기 시장성 자금 조달을 늘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예대율 규제는 한국만 시행하고 있다. 중국도 몇년 전 폐지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바젤Ⅲ에 따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NSFR과 예대율은 사실상 중복 규제”라고 지적했다. NSFR은 1년 이상의 대출은 1년 이상의 조달자금으로 맞추도록 하는 규제로 은행의 유동성 관리지표라는 점에서 예대율과 유사하다. 이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예대율은 규제비율이 아니지만 경영지표로 활용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가중치를 부여할 경우 국내 은행들은 국제적 비교와 국내 규제 준수를 위해 2개의 예대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대율 규제와 함께 BIS 비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선진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위험가중치를 더 높여 국내 은행들의 BIS 비율이 하락할 경우 국가적으로 손실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BIS 비율이 하락하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대출금리 인상의 요인이 된다. 사실상 ‘자살골’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특정 부문의 대출이 급증할 경우 은행에 추가로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만 있을 뿐 부과하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