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처벌불원→고발" KB노조 '오락가락' 행보

KB 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12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 규탄 및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7.9.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협의회(KB노협)의 ‘오락가락’ 행보가 논란이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맞물려 현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을 결정했다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추가 고소·고발을 추진하기로 또다시 입장을 뒤집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 지도부는 지난 14일 오후 국민은행 경영진을 만나 전날 사측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경찰에 고발한데 대해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KB노협이 지난 13일 오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한데 대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KB노협은 지난 5~6일 실시한 윤 회장 연임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 과정에 사측이 본점 직원들을 동원해 수천 건 이상의 ‘찬성’ 응답을 반복해 설문에 개입했다며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윤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노사가 만난 지난 14일 노조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요청서를 경찰에 제출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 만에 하나 사측의 개입에 따른 반복 응답 등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처벌받게 될 직원 역시 조합원”이라며 “노조 지도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밤 윤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노조 입장은 또 바뀌었다. KB노협은 지난 15일 확대 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가 윤 회장을 심층면접 대상자로 단독 추천한데 대해 “셀프 연임 자작극”이라고 비난하며 “윤 회장과 사외이사들에 대한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KB금융 계열사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새로운 고소·고발을 추진키로 하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관련 제보를 접수 중이다.


노조의 ‘오락가락’ 행보는 조직 내부의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보인다. ‘회장 선임 절차 중단 요구→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연임 반대→경찰 고발’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왔지만 내부에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게다가 예상 외로 빠르게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투쟁의 동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는 평가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윤 회장 임기 내 경영성과가 향상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진데 대해 일부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명분이 약했고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며 “윤 회장 연임 반대로 경영진을 압박하던 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뚜렷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회장은 사실상 연임이 결정된 15일 오전 “직원들과 소통하려 노력했지만 제 정성이 부족했다. 더 노력하겠다”며 “노조는 항상 대화의 파트너이며 늘 경영을 같이 고민한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확대위 심층면접을 앞두고 노조와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안에 노사간 대화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