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사로잡힌 대만달러…'아이폰X 출시 지연' 직격탄

대만달러/달러 환율 추이(단위: 대만달러)/자료=블룸버그

애플의 '아이폰X' 출시 지연 소식이 대만달러에 직격탄을 날렸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지난주에 0.2% 상승(대만달러값 하락)했다. 지난 14일에는 하루 상승폭이 0.2%로 8월 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도 추가로 0.2% 뛰었다.


대만달러의 약세가 두드러진 건 애플이 지난 12일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X의 출시를 11월로 미룰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아이폰X의 출시 지연은 연말 쇼핑시즌 애플의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이는 결국 아이폰 부품을 만드는 대만 기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공급사인 TSMC, 광학부품 제조사인 라간정밀 등이 대표적이다. 대만 홍하이정밀(폭스콘)은 아이폰 생산업체다. 대만 증시에서는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대만이 아시아 주요 수출국 가운데 애플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전자 부문의 강력한 수출 덕분에 올 들어 달러 대비 대만달러값은 7.8% 올라 최근 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WSJ는 한 나라의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해당국 통화 가치도 오른다고 지적했다.


대만달러가 다른 수출국 통화보다 거래량이 훨씬 적은 것도 대만달러에 대한 애플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달러 거래액은 하루 평균 320억 달러로 한국 원화 거래액의 절반도 안 됐다.

가오 치 스코시아뱅크 외환 전략가는 대만 증시가 최근 몇 개월째 27년 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대만달러는 이미 상당히 값이 올라 단기적인 증시 자금 이탈에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만 전체 수출의 13%가 애플과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애플이 아이폰X를 11월에 출시한다고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3일 대만 증시에서 3억4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하루 순매도액으로는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증시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만큼 대만달러가 연말에도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아이폰 주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