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배격·보호조치 동결" 아시아·유럽 한목소리(종합)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7차 ASEM 경제장관회의 개최 성과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시아·유럽 51개국 경제장관이 모여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보호조치를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자유무역의 기수’로 불리는 아시아·유럽의 협력채널이 공식적으로 재가동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을 뚫어낼 새로운 해법을 마련할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회원국은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ASEM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 지지, 보호무역주의 공동대응을 핵심으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ASEM은 1996년 창설된 세계 최대 지역간 협력체다. 회원국이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7%, 교역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협력채널이 구축돼 있는데 무역·투자 활성화를 논의하는 경제장관회의가 ‘꽃’으로 불린다. 당초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다가 일부 회원국 간 갈등으로 200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 정상회의서 회의 재개를 공식 제안해 서울 개최가 확정됐다. 이번 회의에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ASEM 51개국 경제·산업·통상장관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사무국 통상담당 장관급 인사 등 25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12년 만에 재개된 서울 회의에서 ASEM 회원국들은 모든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를 배격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우선 보호주의 대응을 위해 무역·투자 제한조치를 동결(Stand-till)하고 원상회복(Roll-back)하기로 했다. 보후주의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또 반세계화·반무역 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계화 효과를 보다 포용적 방식으로 공유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세계화와 무역의 비용과 효과를 사실과 증거에 기반해 분석하기로 했다.

다자체계 강화를 위한 공동대응도 주목된다. 12월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MC11)를 적극 활용해 협력할 계획인데 ‘자유무역 강화를 위해 WTO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자’고 공통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아시아와 유럽 디지털 연계성 확대를 위해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전자상거래 논의 진전도 기대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위한 '서울 이니셔티브'를 제안해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았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혁신 친화적인 규제 프레임을 ASEM 파트너들간 협력해 만들어 가자는 게 골자다. 신산업 규제시스템 사례를 공유하고, 신기술 국제표준 개발에 협력하는 방안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ASEM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국가·계층간 격차를 완화하는 포용성을 바탕에 두고, 국가별 장벽을 낮추는 데 힘쓰자는 얘기다. 내년 3분기 중 서울에서 개최될 ASEM 컨퍼런스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ASEM 경제장관회의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2년마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개최하는데 차기회의는 2019년 유럽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 결과는 내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제12차 ASEM 정상회의'에 보고한다.

백운규 장관은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확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회의 개최를 통해 지난 12년간 중단됐던 ASEM 경제장관 협의채널을 복원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회의가 ASEM 지역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