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고향 찾지만 100만 독자가 걱정이네요"

웹툰작가 박용제씨가 추석 귀향을 위해 고향으로 옮겨놓아야 할 컴퓨터 등 장비들

“웹툰 그리는 컴퓨터와 장비를 고향에 싣고 갈 생각이에요. 뒷좌석에 고이 모시고 떠날 생각이지만 안 흔들려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웹툰 작가 박용제씨는 올해 10년만에 추석 명절을 끼고 경상남도 거창 고향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수년간 매주 금요일 자정이나 목요일 오후 11시에 포털에 게재되는 인기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갓오하)을 그려왔다.

경기도 부천 만화영상진흥원(만화박물관)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의 작업공간이자 사실상 집이었다. 미혼이었던 그가 주말을 제외하곤 거의 일하고 먹고 자는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을 한 올해부터는 작업실에서 5분여 떨어진 집에서 다니고 있다. 그나마 게재를 앞둔 막바지 작업시간인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오전까지는 여전히 밤새우기 일쑤다.

그의 작업 진도에 따라 그의 작품을 도와주는 후배작가(어시스트(어씨))들과 포털 게재의 후속작업을 맡는 사람들의 명절도 달려있다. 과거에는 대본소 만화 시절에는 문하생이라고 불리는 조수들과 공동 작업을 했지만 웹툰에서는 대개 작가가 큰틀의 작업을 마치면 일부 작업들은 어시스트들의 손을 빌린다. 목요일 밤 게재일 경우 월요일 오후까지 대부분의 작업이 마쳐지면 어시스트들도 그만큼 여유가 생기게 된다.

박 작가는 갓오하 외에도 ‘쎈놈’ 같은 학원물을 주로 그려왔다. 작품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인체 해부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등 노력도 기울여왔다.

웹툰작가 박용제씨

오랜 습작기간과 시나리오 공부 등을 통해 갓오하와 박 작가는 보통 올리고 나면 1회당 100만뷰(웹툰을 보기위해 열어보는 횟수) 정도는 거뜬히 넘기는 인기 작품 대열에 올랐다. 처음에는 자정에 작품이 올라갔지만 그 시간까지 갓 오브 하이스쿨 본다고 깨 있는 학생들 학부모가 포털에 항의를 해 1시간여 게재 시간이 앞당겨졌을 정도다.

그는 주인공이 계속 위기를 겪으면서 그걸 넘어가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 스스로의 외모와는 조금 다른 선굵은 작품은 그래서 나왔다.



“올해도 컴퓨터와 웹툰 그리는 장비 옮길 생각에 갑갑했는데 결혼 첫해니까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최대한 여기서 많이 그리고 고향에서는 작업 시간을 줄여야겠죠.”



웹툰을 주로 읽는 걸로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거나 휴식을 즐기는 학생들이나 공시생들, 취준생(취업 준비생)들에게 그는 탈출구로 안내해 주는 가이드기도 하다. 그가 마감을 앞두고 2 ~ 3일은 거의 밤을 새우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