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소비세율 인상·개헌 논란…토론회서 여야 공방

8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기자클럽이 주최한 여야 8당 대표 토론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아베 총리는 집권 자민당 대표, 고이케 지사는 '희망의 당' 대표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석했다./AFPBBNews=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여야 8당 대표가 오는 22일 총선(중의원 선거)을 앞두고 8일 열린 토론회에서 소비세율 인상과 헌법 개정 등 아베 총리의 핵심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일본 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집권 자민당의 아베 총리와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소비세율 인상을, '희망의 당'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 야당 대표들은 소비세율 동결을 주장했다.


지난 7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한 고이케 지사는 2019년 10월에 예정된 2차 소비세율 인상(8→10%)에 대해 "경기의 실감이 따르지 않는다"며 동결을 주장했다. 개인소비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는 만큼 소비에 부담을 주는 소비세율 인상은 안 된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2014년 4월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했다. 2020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 소비세율을 두 차례 인상한다는 게 일본 정부 방침이었다. 그러나 1차 소비세율 인상 직후 일본 경제는 소비 부진 여파로 2년 만에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급기야 아베 총리는 2014년 말 당초 2015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율 추가 인상 시기를 올 4월로 미루고 재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했다. 지난해에는 2차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다시 2019년 10월로 2년 반 연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사회보장비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며 소비세율 추가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세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근거로 사립 고등학교 무상화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당초 2020년으로 못 박은 기초재정수지 흑자 전환 시기는 현 시점에서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은행(BOJ)이 시행 중인 대규모 금융완화(양적완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경제가 아직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금융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역풍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아베 총리는 개헌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중·참 양원의 헌법심사회에서 각 당의 제안을 놓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쟁과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9조 1·2항, 이른바 '평화헌법'을 유지하면서 자위대의 근거를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전날 밤 인터넷 토론회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두되 '문민 통제'를 명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도 아베 총리의 개헌 방침에 의문을 제기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을 둘러싼 사학 비리 의혹에 대해 "반성해야 할 점은 있지만 내가 관여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학비리 스캔들로 지난 4월 50%를 웃돌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7월에 20%대로 추락했다. 최근에는 북핵 위기 덕분에 40%대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중의원 의석 과반수를 유지하면 정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직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혀온 고이케 지사는 희망의 당 총리 후보에 대해 "무소속 인사도 (희망의 당)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며 "선거 결과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오전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총리 지명 선거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아베' 주자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