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250억원"…금고경쟁에 은행 출연금 '눈덩이'

지방자치단체와 주요 공공기관, 대학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영업 과정에서 은행권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은행마다 출연금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출연금이 기관 금고 유치의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각 은행마다 기관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전국은행연합회 이익 제공 공시에 따르면 기관고객을 가장 많이 보유한 NH농협·신한·우리은행이 올해 기관고객 출연금 또는 협력사업비로 낸 금액은 총 12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한 고객에게 제공한 금액의 합계가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공시해야 한다. 한 기관고객에 제공된 금액이 총 10억원 이하면 공시 대상에서 빠지는 만큼 3개 은행이 올해 낸 출연금은 1249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출연금과 협력사업비 제공의 대상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병원, 공공기관 등이다. 이들 금고를 많이 유치한 은행일수록 이익 제공 규모도 많아진다.

실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고를 보유한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515억4000만원을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농협은행은 전국 광역단체 중 경기도, 강원도,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 세종시 등 1금고만 9곳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465억5000만원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100년 넘게 맡고 있는 서울시 금고 사업의 규모가 절대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304억원을 서울시 관련 사업에 제공한 것으로 공시했다.

서울시 못지 않은 규모의 인천시 금고를 확보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올해 268억1000만원을 고객에 지출했다고 공시했따. 신한은행은 인천시 1금고 외에 전국적으로 초대형급인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북도의 2금고도 함께 맡고 있다. 최근 기관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맡고 있는 금고가 적어 출연금도 NH농협·신한·우리은행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은행들이 기관고객에 연간 수백억원씩 쏟아 부으면서도 기관 금고를 탐내는 이유는 대형기관 유치에 따른 이미지 제고와 연계영업 가능성, 미래고객 확보 등의 효과가 커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형 금고를 유치하면 당장 예치금이 크게 늘고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금리 기조와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출혈경쟁’ 논란은 피해갈 수 없다. 특히 금고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출연금을 많이 약속한 은행이 금고로 선정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익 제공 투명화를 위해 공시제도가 도입됐지만 일부 지자체는 오히려 ‘A지자체는 돈을 얼마 받았던데 우리는 그 이상을 받아야겠다’는 식의 흥정까지 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