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6년반만에 다시 첫 재판대…"4500억원 배상액 재산정"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디자인 특허 침해 다툼이 일어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사진=Verge 홈페이지 캡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혐의로 진행된 특허침해 소송의 손해 배상액이 다시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등 현지언론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22일(현지시간) 밤 배상액 재산정과 관련한 새로운 재판의 시작을 명령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루시 고 판사는 "애플과 삼성 재판에 대한 판결은 법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배심원들로 하여금 제품 전체가 아닌 일부 구성 요소에 대한 위반 사항만을 고려하게 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편견을 갖게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판사는 삼성이 침해한 애플 특허가 삼성의 전체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판단해 손해 배상액을 다시 산정할 예정이다.

미국 특허법은 제품의 일부 구성품에서 특허 침해가 발생해도 제품의 전체 가치 또는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재판은 지난해 말 미국 연방대법원이 "삼성에 대한 디자인 특허 배상액 3억9900만 달러(약 4500억 원)는 과도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한 지 10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4월 삼성을 디자인 특허 침해 혐의로 고소했고 이듬해 1심 법원은 삼성이 애플에 9억30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디자인 특허 배상액 3억9900만 달러를 포함해 배상액이 5억4800만 달러로 줄었지만, 삼성은 이 배상액이 과도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결국 파기환송을 받아냈다.

이 소식과 관련해서 삼성은 "고 판사의 재판 명령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애플은 이 재판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고 판사의 재판 개시 명령은 재산정 재판은 불필요하며 기존 배상액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애플로서는 좌절"이라면서 "애플은 이에 관한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이번 재판 소식을 보도하면서 삼성에 또 다른 '기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포춘은 "삼성은 기뻐하고 애플은 그렇지 않다"라고 전했고 IT 전문지 테크니카는 "애플과 삼성의 지난 6년 반의 시간이 '리셋' 됐고, 삼성은 그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더 버지도 "삼성은 4억 달러 배상액에 대한 재소송에 성공하면서 애플을 다시 첫 재판대에 끌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