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고유가 시대 오나..'슈퍼사이클' 정유업계 고민 시작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갈아치우며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진입을 알린 정유업계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국제 유가가 2년만에 60달러 선을 넘으며 고유가 시대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29일 한국석유공사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영국 유럽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북해산브렌트유 가격은 전일보다 1.92% 오른 배럴당 60.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함께 국제유가의 양대 지표다. 브렌트유 가격이 60달러를 돌파한 것은 2년 만이다. WTI와 한국 정유업계의 도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가격도 거침없는 상승세다. 27일 기준 WTI,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각각 53.9달러, 55.5달러. 8월 최저가 보다 17.4%, 11.4%씩 뛰었다.

국제유가의 거침없는 상승세로 국내 휘발유가격도 13주 연속 올랐다. 10월 넷째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주 보다 1.3원 오른 리터당 1506.6원을 기록했다.

브렌트유 60달러 돌파로 40~50달러대에서 형성된 '국제유가 휴전선'이 깨졌다. 유가 휴전선은 미국과 중동의 유가 힘겨루기의 결과물이었다.


그동안 중동 산유국들은 채산성이 배럴당 70달러였던 미국 셰일오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 유가 부양에 나서지 않았고 이에 유가는 2015년 배럴당 20달러선 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채굴법 개선으로 셰일오일 채산성이 올라가며 유가는 40~50달러대에서 '휴전선'이 생겼다. 중동의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다시 미국 셰일업계가 개입해 이를 되돌려 놓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 같은 휴전선은 당분간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유업계 중론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내놨었다.

'유가 휴전선'을 배경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던 정유업계에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증권사들의 실적 평균 전망치(와이즈에프엔 기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예고된 SK이노베이션 (107,700원 ▼2,000 -1.82%)을 비롯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5% 이상 급증이 예상된다.

A정유사 관계자는 "50달러 대 유가는 지속적 실적 약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며 "지금과 같은 원재료가격 안정화와 석유제품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국제 유가가 6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에는 이 같은 구도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정유업계 실적에 보탬이 될 수는 있다. 낮은 가격에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액이 올라가서다.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결국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정유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전망과 중동 정세불안이라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가격 추이를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