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던지는 상상도"…자식까지 살해하는 산후우울증

#생후 6개월 된 딸을 살해한 주부 A씨(38)가 지난달 31일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딸이 잠을 자지 않고 울며 보채자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아이 셋을 키우던 A씨는 육아 스트레스 등으로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지난 9월10일에는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에서 주부 B씨(42)가 두 자녀를 살해했다. 사흘 후인 9월13일에는 서울 남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주부 C씨(44)가 11세 딸과 7세 아들 남매의 목을 졸라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남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부 D씨(38)는 지난 7월 생후 5개월 아들을 안고 8층에서 뛰어내렸다. 1년 전에도 주부 E씨(32)가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두 사건 모두 아이는 숨지고 엄마는 중상을 입었다.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예방과 제대로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모나 아이의 건강을 해치고 심각한 가족·사회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 가족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영아 사망 중 타살로 추정되는 사례는 연 평균 14.7건 정도다. 타살에 의한 영유아사망의 경우 대부분 부모들에 의한 것이고, 이중 상당수는 산후우울증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6주에 시작되는 우울함, 불안감, 불면, 체중 변화 등으로 죄책감이나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심해지면 산후정신병으로 악화돼 영아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처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산후우울증 발병 요인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 신체적 불편감과 피로, 양육에 대한 걱정, 난산·난임, 수유문제, 아이 건강 문제, 결혼상의 갈등 등이 있다.

산후우울증과 산후우울감은 다르다. 출산 후 2주 내 느껴지는 우울감인 산후우울감은 산모의 85% 정도가 느낀다. 하지만 우울감이 4주 넘게 지속되고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감정 조절이 어려우면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보건복지부는 산모의 10~20%가 우울증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신생아 수(40만6243명) 기준 4만~8만 명의 임산부가 산후우울증을 겪은 셈이다.

아 관련 온라인 카페에 '산후우울증'을 검색하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사진=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 게시판 캡처

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에 '산후우울증'을 검색하면 관련 글들이 넘쳐난다.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둔 누리꾼 F씨는 "왜 내 아이는 아직도 잠을 4시간 이상 안 자나, 분유도 이유식도 왜 이렇게 안 먹나, 우울한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며 "결혼한 것도 후회된다"고 하소연했다. 소아과 의사라고 밝힌 G씨는 "애가 밤새 우는데 이유도 모르겠고 몸도 힘들어서 애를 쇼파에 집어 던지는 상상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는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국내 정확한 유병률도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엄마들이 스스로 우울증을 자각하는 경우도 적고 증상이 의심돼도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2015년 산모가 산후 6개월내 산후후울증으로 진료받은 비율은 약 1.6% 정도다.
전문가들은 산후우울증은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가족의 관심과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 치료 방법에는 산모와 배우자, 가족에게 우울증과 불안의 원인을 이해시키고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심리치료,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약물치료가 있다.

국가의 지원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달 12일 산후우울증 검사를 필수로 바꾸고 고위험 산모에게 상담비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산전·산후우울증은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해치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임산부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국가가 연구·예방·치료 등을 수행할 법적근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