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은행, 중국보다 최소 5년 이상 뒤처져"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성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은산분리 완화로 의견을 모으면서 이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여부의 공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과 이수영 카카오뱅크 전략파트장, 문종진 명지대 교수 등 국내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16일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공동 개최한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안된다' 세미나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는 은산융합의 시대"…글로벌, 은산분리 완화 추세=현재 중국을 포함해 일본, 영국 등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은행비즈니스를 창출해 내고 있다.

오 회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는 금산분리, 은산분리 시대가 아니라 금산융합·은산융합의 시대"라며 "중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한국보다 3년 정도 먼저 생겨났는데 최근에 중국을 방문해보니 한국보다 최대 5년 이상 앞서나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IT(정보기술)기업이 지배적인 투자자로 참여한 마이뱅크(Mybank), 위뱅크(Webank)가 자본금 8조원에 이르게 성장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행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라쿠텐은행은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20%, 33%, 50%를 초과할 때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친다. 일본에서는 2002년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의 20%를 초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만약 50%를 초과할 때는 대주주의 은행 건전성 확보의무를 강화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의 많은 규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비롯해 빅데이터 관련 규제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3당은 은산분리로 의견 통일…"공은 여당에"=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야당인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데 의견을 거의 통일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들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 방안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과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현행 10%에서 최대 35%~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정무위 법안소위를 거쳐 정무위 전체 회의, 법사위원회,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통과되는데 첫번째 관문인 법안소위에서 조차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법안소위를 앞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여당 의원들이 여전히 반대 뜻을 고수하면서 논의가 무산됐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관례가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결정할 시기가 됐다"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 의원들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하루빨리 이견을 조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